2021031401000594000029491.jpg
지난 2월 미얀마 군부가 선거 부정 등을 이유로 쿠테타를 일으키면서 미얀마 국민들이 저항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독자 제공

"민주화 운동에 나선 미얀마에 많은 지지가 필요합니다."

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고,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지지를 호소하는 움직임이 경기 지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4일 오후 3시 경기아트센터에서 재한 미얀마 학생들이 '미얀마의 봄' 공연을 열었다. 공연 시작부터 센터 1층에는 미얀마 국민들뿐 아니라 한국인들의 발걸음도 잇따랐다.

뮤지컬로 시작한 공연 중간에는 학생 5명이 나와 각자 손에 든 냄비를 '탁-탁' 치기 시작했다. 이는 냄비시위의 모습을 보여준 것인데, 쇠나 철을 두드리면 괴물이 소리를 견디지 못해 달아난다는 미얀마 신앙에서 비롯됐다. 미얀마 국민들은 군사 쿠데타가 시작된 날부터 매일 밤 8시 냄비시위로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다.

군인들이 10여명의 학생들을 총과 몽둥이로 사정없이 진압하고, 한 청년은 가슴에 피를 흘린 채 쓰러졌다. 현재 미얀마 민주화 시위에서 군부의 진압으로 목숨을 잃는 청년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어 이번 민주화 시위로 희생당한 이들의 얼굴이 영상으로 나왔는데, 숨진 이들 나이는 상당수가 10대~20대에 불과했다.

수미 재한 미얀마 학생은 "쿠데타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공연을 기획했다"면서 "미얀마에 많은 지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연 끝 무렵, 2명의 학생은 한국과 미얀마 시인이 보내준 시 4편을 낭송하며 민주화 운동의 성공을 기원했다. 또한, 저항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을 들며, 소극장을 "봄 혁명이 승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가득 채웠다.

2021031401000594000029493.jpg
지난달 한국에 있는 미얀마인들은 부평역에서 1인 시위를 열었다. /독자 제공

공연뿐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국민들과 시민단체들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수원 이주민센터는 지난 7일 수원역 로데오 거리에서 피켓 시위로 최근 미얀마에서 발생하고 있는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 2009년 한국에 들어온 A(35·미얀마)씨는 "새벽마다 미얀마에 있는 친구가 총에 맞았다는 메시지가 온다"며 "응급차를 불러도 군인들이 이를 저지한다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고 호소했다.

이어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미얀마에 있는데, 여동생을 말려도 여동생은 '이번에도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미얀마에서 살 수 없다. 가야 한다'고 말한다"며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항상 걱정으로 밤을 새운다"고 덧붙였다.

A씨는 미얀마의 현 상황을 외부로 알리는 이들을 검열해 군인들이 잡아가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메시지나 페이스북 메신저로 미얀마 상황을 전달하는 것까지 검열해 그런 내용을 보냈다면 잡혀간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친구들이 사진이나 내용을 보내고 나면 꼭 지우라고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선거 부정 등을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키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쿠데타로 권력은 민 아웅 흘라잉 국방군 총사령관에게 이양됐으며, 미얀마 국민들은 이에 저항하는 시위를 미얀마 전역에서 벌이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저항하는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유혈진압을 연일 벌이면서 누적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