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제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대책과 관련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투기 의심사례 20건 중에서 11건은 변 장관이 LH 사장에 재직하고 있을 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변 장관을 투입해 수요억제에서 공급확대 정책으로 전환했다.

구체적으로는 2·4 공급대책으로 공공개발택지 지역을 발표하며 신도시를 통한 부동산 안정 정책을 내놓았으나 LH 투기 사건으로 정책이 좌초할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도 즉각 경질하지 않는 것은 2·4 대책을 입안한 변 장관의 사퇴가 정책의 동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국민과는 괴리가 있음을 말해준다. 개발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 투기를 저지른 공직자는 단순히 법을 위반한 범법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하고 교란하는 공공의 적이다. 들끓는 민심의 소재를 안다면 변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책은 신뢰를 담보할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는 24번의 정책을 내놓고 이번에 다시 공급대책을 발표했으나 정책의 신뢰는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변 장관이 LH 사장 재직 때 이러한 투기 행위를 막지 못하거나 방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시도 장관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투기 행위는 비단 수도권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세종시도 예외가 아니고 전국의 공공택지예정지에서도 같은 양상으로 투기가 만연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무 장관이 직을 유지한다는 것은 시민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만을 안길 뿐이다.

변 장관 해임은 정부정책의 단호함을 상징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정책 디자인을 다시 짜야 한다. 변 장관은 투기수법을 모를 사람이 아니다. 서울시정을 연구하는 기관의 주택분야 연구직으로 시작해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을 거쳐 LH 사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투기수법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범죄를 조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변 장관의 사표를 즉각 수용하고 정책 얼개를 다시 짜는 것이 그나마 성난 민심을 달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