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접한 연관성 있어야 '부패방지법' 적용… 규명 쉽지 않아
과거 유사 사건 판례를 살펴보면 공직자가 소관 업무를 통해 알게 된 개발정보를 이용해 싼값에 부동산을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팔려고 했다면 법원은 엄격히 유죄로 판단했다.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투기 목적으로 활용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는 평택시 공무원 A씨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0월 평택시는 주차난을 해소하려고 자동차 6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 조성사업 계획을 세웠다.
A씨는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 주무부서의 과장으로 예정부지의 지가가 상승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지인 B씨에게 "예정부지를 싼 가격에 매수했다가 시에서 수용할 때 비싼 가격에 되팔면 보상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은 2012년 12월27일 시민들에게 공개됐는데, A씨 등은 이보다 보름가량 앞선 같은 해 12월11일에 친척을 명의자로 내세워 7억1천300여만원에 2개 필지(1천290㎡, 1천472㎡)를 매입했다.
이 지점에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았다. 부패방지법 제7조의 2(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를 보면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선 안 된다.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12억78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추징금액이 과도하다는 등의 이유로 상급심 판단이 이어졌으나 파기환송 끝에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됐다.
문제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이라는 점을 규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발 계획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다면 비밀이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택시 공무원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해당 업무와 투기 행위 자체에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야 부패방지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공직사회 또는 관련 기관에 근무하면서 얻은 전문지식으로 투자를 했다고 발뺌하면 현행법상 처벌이 쉽지 않다.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국회에서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과 직접 연관이 없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면 처벌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발생시킬 경우 3~5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등이 쏟아지고 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