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완성차업체이자 전기자동차 2위인 독일 폭스바겐이 'K배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2030년까지 폭스바겐이 생산하는 전기차 80%에 '각형' 배터리 탑재 및 30조원을 투자해서 스웨덴 등 유럽에 6개 배터리 공장을 지어 배터리값을 50%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내 대장주인 LG화학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배터리 3총사의 시가총액이 16일 하루 만에 7조원이 빠졌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사각형의 단단한 틀로 구성된 '각형'과 원통형 틀로 구성된 '원통형', 납작한 주머니 모양의 '파우치형' 등 3종이 있다. 각형은 배터리를 쌓았을 때 버려지는 공간이 적고 내구력도 강하나 무겁고 대형화가 어렵다. 파우치형은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의 대안으로 주목되나 배터리 내부의 안전성 취약 내지 배터리 자체의 내구력도 낮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은 각형이 49.2%로 여전히 절대 강자이며 파우치형은 27.8%, 원통형은 23.0% 등이다.

각형과 원통형의 비중이 떨어지는 반면에 파우치형 수요가 점증하는 추세이다. K배터리 3총사 중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마켓 셰어는 22.8%인데 파우치형과 원통형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각형이 주력인 삼성SDI의 점유율은 7.8%, 파우치형만 만드는 SK이노베이션의 비중은 4.5%이다. 세계최대의 각형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은 쾌재를 불렀다. 폭스바겐이 중국산 배터리로 급선회한데는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세계 전기차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재편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중국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선두주자 테슬라를 잡으려는 의도는 더 큰 이유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기술분쟁도 배터리 유럽굴기를 자극했다.

SK는 폭스바겐 미국공장에 배터리 납품 목적으로 2019년부터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는 와중인 지난 2월 미국무역위원회(ITC)의 SK배터리 '미국 내 10년간 수입금지'로 폭스바겐이 난감해진 것이다. LG는 자사의 기술을 SK가 빼돌렸다고 ITC에 제소했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한이 내달 11일이어서 LG와 SK의 낮 뜨거운 헐뜯기 싸움은 곧 끝날 예정이나 유럽의 배터리 독립선언은 장기적으로 K배터리에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커 편치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