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계좌 도용 등으로 속여
가짜앱 만들어 개인정보 빼가기도
지난해 7600억… 5년간 1조6835억
"금융감독원 김XX입니다. 정부 정책 자금 지원금으로 저금리 대환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보내드린 앱 설치하시고, 가입하신 뒤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갚으시면 됩니다."
지난 8일 피해자 A씨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B씨의 말에 속아 국민은행 정자동 종합금융센터에 현금 2천800만원을 인출 하러 갔다. 다행히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직원 C씨의 침착한 대처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 D씨는 한 은행 앞에서 소중한 예금 4천600만원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전달했다.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E씨의 "통장 명의가 보이스피싱에 도용돼 당장 인출해야 한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면서다.
재차 연락을 받은 D씨는 지난 2일 현금 1천만원을 더 건넸다. D씨는 또 다시 5천만원을 더 찾아 넘겨주려 했지만, 다액의 현금이 여러 차례에 걸쳐 인출된 점을 수상하게 여긴 은행 직원 F씨의 신고로 세 번째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 층 더 진화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지원금 대상자라며 앱 설치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혜택을 받기 위해 기존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고 현금 지급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 수사관 등을 사칭해 통장 명의가 도용됐다며 수사 목적으로 통장에 입금된 돈이 필요하니 현금으로 넘겨달라고 요청하는 방식도 기승이다.
특히 이를 위해 가짜 은행 앱을 만들거나, 실제 직원 이름을 도용하는 등 보이스피싱 수법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
18일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7천600억원으로 2019년 1천257억원에 비해 5배나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총 피해액을 합치면 1조6천835억원에 달한다. 보이스피싱으로 검거된 사람도 2천177명으로 5년 연속 증가 추세다.
여기에 최근 신규 통장 개설이 어려워지자 현금 수거책이 따로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건네받는 유형이 급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기관이나 은행에서 고액의 현금을 직접 요구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속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