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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참여연대가 관할 기관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촉구한 과림동 7XX번지 일대 최근 항공사진(위)과 등기부상 지목, 토지이용계획서상 용도(아래). 2021.3.17 /카카오맵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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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참여연대가 관할 기관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촉구한 과림동 7XX번지 일대 최근 항공사진(위)과 등기부상 지목, 토지이용계획서상 용도(아래). 2021.3.17 /카카오맵 캡쳐

지난 17일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8년부터 지난 2월까지 3년 간 매매된 시흥 과림동 토지 중 지목이 밭 또는 논인 농지를 조사한 결과 세 건중 한 건 꼴로 투기의심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집을 담보로 수억 원의 빚을 내 맹지를 사는 등 '수상한 거래'가 이뤄진 과림동 7XX번지(3월 15일자 1면 보도)도 투기의심 필지가 속한 시흥 고물상 밀집구역에 위치한다.

이곳은 참여연대가 발표한 투기 유형 4가지(농지를 다른 목적으로 전용, 토지 거래액이나 대출규모가 지나치게 높음, 외지인 매입, 쪼개기 매입)에 모두 해당한다.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등기부등본에는 밭으로 등재돼 있지만 같은 해부터 2019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고물상 부지로 전용되다가 최근에야 소작농을 두고 밭으로 이용됐다.

땅의 전 주인 2명은 이 땅을 인근 1개 필지와 함께 총 3천342㎡의 한 부지로 묶어 철재를 주로 취급하는 고물상에 세를 줬던 것으로 확인된다.

고물상 사장 A씨는 "18년 동안 이곳에서 고물상을 하다가 재작년 갑자기 땅 주인에게 퇴거 통보를 받았고 현재까지 원상복구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땅을 사기 위해 빌린 돈도 영농 목적이라기엔 지나치게 많았다.

매수자 5명 중 2명은 등기부상 자신의 주소지로 기재된 아파트를 담보로 각각 거래액의 59%와 70%를 융자받았고 다른 1명은 농지를 담보로 거래액 68%를 빌렸다.

이들은 3~4억원을 빌렸는데 대출금리를 연 3%로만 잡아도 이자를 매달 100만원 가까이 내야 한다.

그러나 매수자들은 수익을 모두 주는 조건으로 소작농을 구하는 등 농사로 은행 이자를 벌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소작농 B씨는 "유명한 시흥 토박이 한 명이 최근 '빈 땅이 있는데 농사를 공짜로 지어줄 수 있느냐. 대신 수익을 모두 가져가라'고 말해 수락했다"며 "콩을 심기 위해 밭갈이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외지인이 가담해 '쪼개기 매입'도 이뤄졌다.

총 3천342㎡ 면적의 2개 필지를 지난해 12월 4개 필지로 쪼갠 후 총 5명이 각각 33%, 30%, 16%, 16%, 4% 씩 지분을 나눠 매입했다.

매수자 중 외지인은 1명인데, 등기부상 주소지가 과림동 7XX에서 60km 떨어진 곳이어서 사실상 출퇴근하며 농사를 짓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여연대는 '수상한 거래'가 이뤄진 7XX번지 외에도 과림동 일대 농지에 고물상 수십 곳이 밀집돼 관할 시가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과림동에 밀집된 고물상 대부분이 등기부상 농지(전, 답 등)로 등재돼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농지법을 허술하게 운영해온 관할 시와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농림축산식품부 및 경기도가 역할을 방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