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등록이 마감됐으나 보수야권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 없이 일단 각자 등록했다. 이후 두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으니 선거기간 시작일인 오는 25일 야권의 단일후보로 선거운동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당 내에서의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이외에 소속 정당이 다르면서 같은 진영에 속한 후보의 단일화는 연합정치나 선거연대란 관점에서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는 선거의 본질이 아니다. 선거란 선거 과정 중에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보고 비전과 가치가 부합하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치과정이다. 선거가 권력쟁취를 위한 수단이란 현실정치적 측면과 시민의 대표를 선출한다는 의미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지만 한국정치에서 후보단일화가 목적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 실패는 곧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야권 입장에서 단일화에 승부를 거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유권자의 피로감을 부추기고 선거의 최대 이벤트가 단일화에 갇히면서 정책이나 비전이 실종된 선거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대선을 의식한 제1야당과 후보들의 경쟁심리와 선거 이후 전개될 정치지형의 변화 등의 치열한 계산이 단일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 초반에 여당의 승리 가능성이 상당했으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건이 야권 우위로 선거 판도를 바꾸면서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꼬이게 된 선거의 역설도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서울시민 재난지원금 10만원 지원 공약을 들고 나왔으나 여권이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지면서 선심 정책을 들고 나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선거는 보름 남짓 남았다. 그동안이라도 여야는 이번 선거의 의미와 본질을 되새기고 유권자를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특히 야권의 오세훈-안철수 두 후보와 그들이 속한 정당들은 단일화의 대의를 흐리지 말고 공정한 절차로 단일화를 완성함으로써 정책과 공약을 가다듬는 성숙한 선거 과정을 유권자에게 선보여야 한다. 야권 단일화 실패가 야권의 패배로 이어진다면 보수정당은 사실상의 불임정당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