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는 지난 2019년 3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사전 정보 유출 사실을 보도했다. SK하이닉스가 같은 해 2월 용인시 원삼면 448만㎡를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라고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당시 보도는 2017년부터 원삼면 일대에서 토지이용계획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개발도면이 유포됐다는 내용이다. 이 도면은 용인시가 공개한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부지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민간·공공기관 등 외부세력과 하이닉스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시는 자체조사는 물론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고, 경찰도 수사하지 않았다.
당시 제기됐던 의혹의 일단이 원주민들에 의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용인 원삼주민통합대책위는 최근 2017~2019년 예정지 경계선을 기준으로 반경 1㎞ 내 토지거래 확인 결과 30여 건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과 관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에 따라 30건에 대해 1차로 수사 요청하고, 의심 정황 사례는 증거 확보를 통해 투기 사실이 확인되면 2차로 수사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도면 유출의 첫 출처로 보이는 용역업체에 대한 수사는 물론 수사 기간 중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된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용인시의 조사와 경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지난주 브리핑을 통해 원삼면 일대 토지 투기의혹이 있는 소속 공무원 3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백 시장은 시와 용인도시공사 전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의심 공무원 6명을 발견했고, 이 중 혐의가 있는 3명을 가려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는 클러스터 주변에 대한 조사 여부는 밝히지 않아 공직자들의 투기행위가 더 있을 것이란 의심은 여전하다. 투기 세력의 표적지는 개발 예정지가 아닌 주변 땅이라는 건 상식에 속하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언론은 물론 주민들에 의해 투기 의혹이 제기됐으나 지자체와 경찰은 조사·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 사이 광명·시흥지구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원주민들이 직접 나서 30여 건에 달하는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심 사례를 밝혀냈다. 이제 지자체와 경찰이 진상을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할 차례다. 숱하게 제기된 의혹을 깔고 뭉개면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눈덩이가 됐다.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신뢰를 되찾기 바란다.
[사설]오죽 답답하면 원주민이 투기조사 나섰겠나
입력 2021-03-21 20:12
수정 2021-03-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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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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