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원생 학대사건의 피해 아동 엄마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뿐 아니라 원생 부모들에게도 이번 사건은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이들의 트라우마는 보육교사와 전 원장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원생 부모들 앞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보육교사의 모습은 천사와 같았다. 등원할 때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환하게 웃어주고, 볼 뽀뽀까지 해주던 보육교사들. "사랑으로 돌보겠다", "훈육할 때 절대 때리지 않는다"는 보육교사의 말에 부모들은 자녀가 학대를 당할 것이라곤 상상 조차 못했다.
한 피해 원생 엄마는 학대 사건이 밝혀지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지인에게 해당 어린이집을 추천했다고 한다. 그만큼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을 믿었다.
부모들의 믿음은 지난해 말 학대 사건이 밝혀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어린이집 폐쇄회로 CCTV 화면에서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고 있는 보육교사를 보는 순간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믿었던 보육교사들과 원장 중 누구 하나 학대를 막은 사람이 없었던 것에 대한 배신감이 거대한 파도가 돼 밀려왔다.
자녀를 학대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부모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부모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고 거리로 나왔다. 아이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때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하지만 정작 피해 아동 부모들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시간조차 없다.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에서의 아동학대는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해 아동과 함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부모의 상처도 함께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