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이 원생들을 집단으로 학대한 사실이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보육교사 6명이 지난해 11~12월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것이다.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혼자 두고 교실의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가는가 하면 억지로 밥과 반찬을 먹게 했다. 원생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어린이집 폐쇄회로 CCTV에서 확인된 보육교사들의 학대 의심 행위가 200여건에 달해 충격을 줬다.
사건이 발생한 지 수개월이 지났으나 피해 아동들의 트라우마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 아동은 새로 다니게 된 유치원 현관 앞에서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발버둥 치면서 우는 등 이상 행동을 한다. 자폐 진단을 받은 아동은 폭력적으로 변하기까지 했다. 낯가림이 없고 호기심이 많아 사람들을 잘 따르고 외출도 좋아했던 아동은 엄마 품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울면서 자학한다고 한다. 피해 아동 엄마들도 아이들이 학대를 당한 후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한다. 자녀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상습 집단 아동 학대를 한 원장과 교사 모두를 엄벌에 처해 주세요'란 글이 게재되는 등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요구가 빗발쳤다. 피해 아동 중 지금도 집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많고,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심리 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게 청원을 올린 이유다. 여기에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동 학대 사건은 지속해서 나타나고, 빈도가 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책임자와 가해자에 대한 엄벌만 내릴 뿐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동은 물론 부모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학대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져 울기만 하는 아이를 처방전까지 받아 약을 먹여 재우는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다. 피해 원생 부모와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보육교사와 원장이 같은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엄벌해야 한다. 정부는 아동 학대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아동을 학대하는 보육교사들을 발본색원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설]트라우마 시달리는 어린이집 학대 피해 아동들
입력 2021-03-22 20:25
수정 2021-03-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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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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