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투자담당 前공무원 가족회사, 투자의향서 제출 4개월전 매입
가족회사 수원지점, 본인이 유치 담당했던 '도이치오토월드'내 위치
용인시 공무원·前면장 아들, 조성 공식화 직전 공유지분 형태 매수
공식 발표 전 도면 유출 논란이 일었던 용인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2019년 3월4일자 1면 보도=[단독]용인시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 정보 사전 유출·투기세력 활용 의혹)를 둘러싸고 2년 뒤인 지금,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SK하이닉스 투자 유치를 담당했던 전직 경기도 공무원과 용인시 현직 공무원, 전직 원삼면장의 투기 의혹이 줄줄이 불거졌다.
원삼면 일대에 2017년부터 토지이용계획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개발 도면이 유포됐고 투기 세력들이 해당 도면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후 대응은 미진했다. 투기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2018년 10월 호연산업주식회사는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부지와 맞닿은 원삼면 독성리 일대 대지와 건물 1천559㎡를 매입했다. 호연산업은 2009년부터 도에서 기업 투자 유치를 담당한 전직 경기도 공무원 A씨의 가족이 대표로 있는 회사다. A씨는 감사로 등재돼 있다.
원삼면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게 공식화된 것은 SK하이닉스가 용인시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2019년 2월20일이다. 호연산업이 매입한 시기가 4개월 앞섰던 것이다.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월 SK건설이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을 알고 이를 도에 보고했다. 도는 이 과정에서 A씨가 반도체 클러스터 도면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도면이 처음 유포된 시기로 알려진 2017년 무렵 호연산업이 설립된 점을 감안하면 인지 시기가 더 앞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후 A씨는 도청 내에서 해당 업무 담당자로 일했다.
도는 A씨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A씨가 담당했던 투자 유치 사업 전반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일례로 2019년 호연산업이 설치한 수원지점은 A씨가 마찬가지로 투자유치 업무를 맡았던 수원 도이치오토월드 내에 설치돼 있다. A씨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다른 언론에는 "퇴직한 아내가 커피숍을 차리기 위해 샀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부지와 인접한 독성리 임야 1만2천907㎡를 용인시 현직 공무원 B씨와 전직 원삼면장 C씨의 30대 아들이 반도체 클러스터의 원삼면 조성이 공식화되기 직전인 2019년 2월11일 공유지분 형태로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와 C씨는 과거 원삼면사무소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이인 것으로 파악된다.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연합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C씨는 "산소 자리를 준비하려고 땅을 매입한 것뿐이다. 투기 세력으로 호도 당해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용인시는 B씨를 포함해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투기 의혹이 제기된 공무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도면 유출 논란이 불거졌던 2019년 무렵부터 이 같은 투기 의혹 사태는 사실상 예고됐던 일이었다. 당시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원주민들은 개발 계획 발표 전인 2018년 하반기 개발 관련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토지 매매가 이뤄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 → 관련기사 3면(원삼면 반도체 단지 전·현 공무원-주민대표 투기 의혹 '일파만파')
/강기정·손성배·남국성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