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진 도면 유출 '땅 매입 광풍'
경인일보 2019년 '의혹' 연속보도
제대로 된 조사도 없다가 속속 확인
개발사업지 전수조사 필요성 지적
사전정보유출 차단 '제도개선' 필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개발사업 예정지인 원삼면이 사전 정보를 활용한 '투기 온상지'로 지목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인일보는 앞서 '도면 유출에 따른 투기 의혹(2019년 3월 4일자 1면 보도=[단독]용인시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 정보 사전 유출·투기세력 활용 의혹)'에 대해 연속보도한 바 있다. 전·현직 공직자뿐만 아니라 반도체클러스터 사업 관련 민간기업 임직원들의 '투기'(부동산매매) 행위는 지역민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후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투기 정황은 의혹으로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3기 신도시 관련 투기의혹과 함께 원삼면 일대 투기 행위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에 사전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용인시 원삼면에서 만난 부동산공인중개사 A씨는 사전 유출 의혹이 불거진 항공사진 도면을 지난 2018년 12월께 처음으로 봤다고 증언했다.
A씨는 "부동산공인중개사 회원 중에 한 사람이 도면을 구해와서 회원들끼리 돌려봤다"며 "2016년부터 암암리에 돌던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전에 유출된 예정부지를 점선으로 표시한 항공사진과 토지이용계획이 담긴 개발 도면은 2019년 3월29일 주민공람 공고 당시 공개된 도면과 거의 유사했다. 지자체나 민간 용역사 내부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외지인의 '원정 부동산 매매'는 2017년부터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서울-세종고속도로의 원삼IC 설치가 확정되면서 현금으로 50억~100억원을 가방에 담아와 땅을 사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다.
사전 유출된 도면은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확신을 품게 하면서 '땅 매입 광풍'을 불러왔다. 외지인들은 개발사업 예정지 바깥의 다세대주택(빌라) 용지를 찾았다. 개발 차익이 크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인기가 좋았던 매물은 2차선 도로 옆 절대농지였다고 한다. 도로 옆 절대농지는 토지수용보상금을 노리는 전형적인 투기 방식으로 꼽힌다.
다세대주택(빌라) 용지는 3.3㎡당 200만원 선에서 현재 600만원까지 3배가 올랐고, 절대농지는 30만~50만원에서 70만~100만원으로 반도체클러스터 개발사업 발표 전후를 비교했을 때 2배나 값이 치솟았다. 개발사업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투기행위를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용되는 예정지 근처의 땅은 5~10배까지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기세력이 유입됐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며 "공공주택 개발사업을 할 때 비밀을 유출할 경우 처벌하는 것처럼 산업단지도 개발도면 등 사전 정보 유출을 하면 처벌하고 윤리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원근·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