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중복 신설 우려에 국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인천 연수을) 의원이 23일에 공공기관의 과도한 중복 신설에 따른 비효율과 세금낭비에 제동을 거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국고(國庫)에서 지원하는 정부출연기관과 정부지원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1 초과 추정 기관,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합계 30% 이상의 자본금을 출자하는 기관 등을 신설하는 법률안을 국회에서 심사할 때 반드시 기획재정부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추가한 것이다. LH(한국주택토지공사) 직원들의 부동산투기 의혹 이후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분노에 귀를 기울인 결과이다. 민간이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영역에 공공기관이 신설될 경우 재정낭비 내지 시장기능 왜곡에도 주목했다.

공공기관 간 기능 유사 및 업무중복이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해 5월30일부터 연말까지 발의된 공공기관 신설법률안은 총 57건인데 이 중 9곳은 기존 기관과의 중복 정도가 심하거나 비용 과대 혐의가 짙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산하기관으로 신설예정인 고도역사문화환경연구재단은 기존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기능이 중복된다. 비대면중소벤처기업진흥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식품의약품진흥원은 식품안전정보원과, 한국특허기술진흥원은 특허정보원과, 국립자연유산원은 한국문화재단과 유사하다.

기획재정부는 다른 20건의 공공기관 신설법안에 대해서도 업무중복 우려를 표명했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신설 공공기관을 산하기관으로 두는 주무부처 의견을 정부 측 입장으로 갈음하면서 심의를 거의 안 한 때문이다. 20대 국회 첫해인 2016년 5월부터 같은 해 말까지 공공기관 신설법안 발의 건수 0건과 대조적이다. 정부 각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산하기관을 설립해서 퇴직 공무원들에게 운영을 맡기는 등 비리 커넥션 오해를 부를 만하다. 국회의 무능 혹은 직무유기가 유감이나 이번 국회법 손질만으론 부족한 느낌이다.

가랑비 격의 지방재정은 더 큰 일이다. 제동장치 없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다음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사업추진에 지방 공공시설 적자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곧 청구될 생선가게 결산서에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