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자유전의 원칙은 애초 농사꾼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농민들은 땅 가진 부자로부터 항상 수탈당해왔다. 한 해 동안 논과 밭에서 쉴새 없이 일하고도 땅 주인에게 소작료를 지급하고 나면 항상 배를 곯았던 소작농의 아픔을 우리는 역사책에서 수없이 봐왔다.
현대에 들어 불공정한 구조에서 일하는 소작농을 없애고 자영농을 육성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등장한 것이 경자유전의 원칙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전국 각지의 땅 투기 사례를 보면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 구조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불거져 나오는 땅 투기 의혹의 대상 토지 대부분은 전, 답 등 농지다. 투기꾼들은 버젓이 직장을 다니면서 농사를 짓는다며 농업 경영체로 등록하고,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 (진정한 농사꾼이라면 하지 않았을) 수목의 생장과 상관없이 빽빽하게 버드나무를 심었다.
그러는 동안 정작 농부들은 오르는 땅값에 못 이겨 점점 험지로 이동하거나 농사를 포기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작물을 키우면 흉년이어도 걱정, 풍년이어도 걱정인 농민들의 삶에 가짜농부들의 땅 투기가 지가상승을 부추겨 무거운 짐을 더했던 것이다. 실제 전국의 논과 밭 경지면적은 매년 수원시 면적(121㎢)의 두 배에 가까운 면적(약 214㎢)이 줄어드는 추세다. 일파만파 퍼지는 땅 투기 의혹에 농부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농지가 땅 투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만연해서 당연한 것으로 치부했을 뿐이다. TV에 선글라스를 낀 부잣집 사모님이 검은 세단에서 내리며 시골 땅을 둘러보는 모습이 나와도 그러려니 웃고 넘겼을 정도로. 이제는 원칙을 상기할 때다. 논과 밭은 진짜 농사짓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