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역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사태와 관련 강력한 진상규명 의지와 강도 높은 제도개혁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은 "공직자와 기획부동산 등의 투기 행태에 대해 소속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처리하라"며 국가 행정력 및 수사력을 총동원할 것과 단호한 처벌을 지시했다.

부동산 적폐 청산을 위한 개혁조치로 전체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부동산거래 상설 감시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농지 취득 심사 대폭 강화, 투기자에 대한 토지보상 불이익 부여를 열거했다. 기왕의 불법 투기 수익의 철저한 환수도 강조했다. 대책의 대부분이 이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거론되고 언론에도 보도된 내용들이다.

이번 부동산적폐 사태는 LH 직원들의 일탈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직 사회 전체에 암세포처럼 번진 고질적 악폐로 드러나고 있다. 직위와 정보를 이용해 개발예정지에 투기했다는 의혹으로 수사와 조사 대상이 된 국회의원, 지방의원, 단체장, 지방공무원 등이 속출했다. 구조적인 악폐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조사와 대책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은 자명하다. 그 시간을 인내하며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일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여러 분야의 적폐 청산을 이뤘으나 부동산 적폐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시장 안정에 몰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LH 사태 발생 전까지 부동산 적폐에 대한 정부 인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불과 보름 만에 대책을 쏟아냈다. 이 대책들로 공직자 부동산 투기 부정을 막을 수 있다면,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사실상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경인일보가 보도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도면 유출 의혹 등 이번 사태를 예고했던 전조 증상도 있었다.

소위 부동산 적폐 문제로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여당은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다. 진상규명 의지와 신속한 대책으로 상황을 극복하려는 조바심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부당이익 소급 환수와 전체 공직자 재산등록제는 위헌과 실효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대책은 상황의 모면이 아니라 악폐의 근절에 실효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