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처음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 29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집권여당으로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려야 마땅하다"고 한 김종민 최고위원의 발언이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올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발언은 있었으나 정책 실패를 직접적으로 인정한 건 아니었다. 여당 또한 '부동산 폭등'의 원인을 1인 가구 증가와 시중 유동성 확대 탓으로 돌리면서 결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태도를 일관되게 취해왔다.

김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이 주목을 끌었던 것은 정부와 집권여당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반성 때문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정책도 정책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정부·여당의 잘못된 자세, 태도였다"면서 "정부의 정책 책임자,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부동산 폭등에 대해 '우리 정책이 옳다, 조만간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정 지역의 일시적 문제다'라는 식으로 대응해왔다"고 자인했다. 그는 "필요한 정책이었더라도 현장에서 집값이 그렇게 뛰었으면 왜 안 맞았는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겸손하게 돌아보고 국민께 사과를 드렸어야 했다"고 자성했다.

김 최고위원의 자성은 앞서 두 차례 있었던 대통령의 사과 발언과도 결이 다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연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은 대통령의 첫 사과라고 받아들였지만 정책 실패를 인정하거나 집권세력의 태도를 반성한 건 아니었다. LH 사태를 "우리 사회 불공정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로 선언한 이달 16일 국무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송구하다"고 말했지만 여론은 부동산을 '적폐'로 규정하는데 방점을 찍은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집권세력은 '무오류'의 정신세계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모든 잘못의 근원을 '전(前) 정권'에서 찾는 편리한 책임회피 기제를 포기하길 못했다. 다수의 국민들이 '부동의'를 표시하는 정책조차도 자신들의 진심이 통하지 않은 결과라고 해석해 왔다. 국민들의 몰이해와 오랫동안 젖어있던 폐습이 문제였을 뿐 자신들의 오류나 집착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의 '자성'은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휘감고 있는 그러한 분위기에선 실로 이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