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육교사 전원에게 2분기 내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보육교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캐나다·독일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55세·65세 미만 접종 금지 결정이 잇따르고 있으면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전국 어린이집 보육교직원 30만353명을 대상으로 월 1회 PCR 전수검사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어린이집 내 이용자 및 종사자의 감염 후 가족·동료들을 통해 지역사회로 감염전파가 지속 발생함에 따른 조처다. 백신 접종은 8일부터 장애아 전문·통합 어린이집의 교직원과 보건교사 1만 5천명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고, 나머지 대상자 28만4천여명은 2분기 내로 접종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나오자 보건교사들 사이에선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혈전 문제로 55세 미만 성인은 접종을 중단하는 해외국가도 나오는데, 강제로 접종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까닭이다. 수원의 한 보육교사는 "시에서 검사를 하라고 해서 빠짐없이 검사를 받고 있고, 하라는 대로 외부 사람과 접촉도 삼가고 있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까지 맞으라고 하니 너무한 것 같다"며 "방역지침이니 지켜왔는데, 강제로 백신까지 맞으라고 하니 회의감만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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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 30일(현지시간) 독일 정부는 60세 미만 성인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의 일종인 뇌정맥동혈전증(CVST)가 나타났다는 의심사례가 폭증하면서다. 독일에서만 31명이 의심 사례로 신고됐고, 이 중 9명이 사망했다. 게다가 의심 사례 31건 중 대부분이 20~63세 사이 여성이었다.

CVST는 혈전에 의해 뇌정맥이 막히면서 뇌에서 나온 혈액이 심장으로 제대로 운반되지 못해 뇌에 많은 혈액이 모여 뇌출혈·뇌부종으로 이어지는 질병이다. 인구 100만명 당 1년에 2~5건밖에 보고되지 않는 매우 희귀한 질환이지만, 빠르게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캐나다 정부도 지난 29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55세 미만 성인에게 접종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보육교사 대부분이 20~50세 사이 여성이라는 데 있다. 2019년 기준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은 총 33만1천444명으로 이중 96.2%인 31만9천52명이 여성이다.

이런 불안함은 국민청원으로 번졌다.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AZ(아스트라제네카) 강제 접종을 철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서 청원인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민들이 기피해 대통령이 직접 접종하는 모습을 인증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신뢰성을 잃었다"며 "영·유아를 접하는 일이라는 명목으로 30만명의 보육교사를 시험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영국에서 거의 보고되지 않는 CVST가 독일에서 보고되는 이유는 접종 대상 연령의 차이가 원인일 수 있다"며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층에 주로 접종했고, 독일은 65세 이상 사용제한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에게 접종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주의깊게 접근하며 접종 시 관찰 조건, 증상 모니터링 방법 등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백신 공급과 접종 대상 선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달 18일 20대 1명이 접종 후 CVST 증상 의심사례 1건이 보고된 바 있다.

보건당국은 "외국에서 이상 징후가 주로 나타나다 보니 외국의 상황과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외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에 대해 연령 제한 동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