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오늘부터 '신(新)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시행한다. 모든 기업이 종업원의 정년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하거나 정년 후 재고용 혹은 퇴직종업원 창업 지원 등의 노력을 해야 하는 내용이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일본에선 이 법을 '정년 70세'의 신호탄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에 즈음해서 정년 연장 희망자에게 70세까지 고용 기회를 제공해서 노후자금을 더 마련토록 하기 위함이다.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 해소와 사회보장지출 억제도 겨냥했다.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탓이다. 지난해 9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은 총 3천61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8.7%를 차지했다. 2019년을 정점으로 총인구는 점차 줄어드는데 고령자들은 증가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주도면밀한 준비 덕분이다. 일본 정부는 20년 전부터 "일본의 장래는 고령화 대책에 달려있다"고 국정운용 방향을 확정하고 2006년에는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시행해서 정년 연장이나 퇴직자 재고용의 물꼬를 텄다. 2007년에는 국가 미래전략의 핵심을 고령화에 맞춘 '일본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노인들이 일을 하거나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못 갖추면 나라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주목되는 점은 고령화 정책을 처음부터 '자립 지원'과 '민간 주도' 방식으로 추진했다. 정부가 직접 드라이브 거는 무리수를 피하고 철저하게 민간에 맡긴 것이다.
최근 일본에는 자발적으로 정년을 늘리는 기업들이 점증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66세 이상도 근로 가능한 기업은 33%에 달했다. 종업원 3천여명의 가전 양판점 '노지마'는 종업원들이 최장 8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신 고령자 고용안정법'이 주마가편인데 일본 정부는 장차 고용연장을 의무화하려는 각오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15.8%이나 조만간 일본의 고령화율(28.7%)을 따라잡을 예정이다. 정부의 기초연금예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정년 연장 시도는 언감생심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정년 65세 연장 시 사업주 부담이 1년에 15조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선진국(OECD) 1위의 고령자 빈곤율 오명(汚名)이 민망하다.
[사설]일본의 정년 70세 연장 반면교사로 삼자
입력 2021-03-31 20:24
수정 2021-03-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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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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