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최대 현안인 수도권매립지 폐쇄에 대한 서울시장 여야 후보들의 인식이 인천시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최근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수도권매립지를 계속 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오 후보는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방침'에 대한 대책을 묻자 "(서울시의) 매립량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서울에는 매립지를 조성할 곳이 없어 인천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선언한 인천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토론회 후 박남춘 인천시장은 SNS를 통해 "쓰레기는 버린 곳에서 처리하는 게 환경정의이고, 인천은 더 이상 서울, 그리고 수도권을 위한 희생양이 아니다"라고 오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이 문제는 민주당인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하면서도 인천시의 강경한 매립지 폐쇄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대체매립지를 모색 중이다. 오는 14일까지 수도권매립지의 대체 매립지를 공모하는데, 사실상 불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공모 이후 4자 협의가 재개될 방침으로, 협의에는 이번 보선에서 당선된 서울시장이 참여한다. 하지만 당선권에 있는 여야 후보들은 대안이 없거나, 현 매립지 연장 사용 의사를 밝혔다. 누가 당선이 되어도 매립지 폐쇄를 둘러싼 지루한 협의나 충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두 후보들이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총력을 기울이는 인천시의 입장을 가볍게 여기는 증거다. 또한 매립지 폐쇄가 불러올 파국적 상황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보여준다.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부터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인천시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강조하며 '쓰레기 독립'을 선언할 정도로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인천시는 30년 가까이 운영된 수도권매립지로 인한 시민들의 희생이 상당하다며 매립지 종료를 위해 인천 자체매립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매립과 소각에만 의존하는 후진국형 쓰레기 처리 체계를 감량과 재활용 중심으로 선진화해야 한다.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을 강요해선 안 된다. 두 후보는 지금부터라도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사설]서울시장 후보들의 안이한 수도권매립지 문제의식
입력 2021-04-01 20:22
수정 2021-04-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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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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