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상황을 두고 군(軍)과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싸맸다. 2006년 국가 사적 문화재로 지정된 연천군 미산면 소재 당포성 유적지를 놓고서다. 이 유적지는 3국 시대 고구려의 군사시설과 신라와의 전투 양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적지로 평가된다. 연천군은 보호에 방점을 두는 반면, 군은 군사시설로서의 기능을 강조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구 상 유일 분단국가란 현실에서 안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고,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문화재 보호에도 소홀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인 것이다.
당포성 유적지는 고구려 양식의 성곽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유적지는 13m 높이 천연 주상절리 성곽으로 임진강 본류와 샛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웅장한 절벽이 자연 성곽을 형성한 천혜의 요충지이다. 이를 발판 삼아 동쪽에 성곽을 쌓은 고구려는 동쪽에서 접근하는 신라군을 상대할 최전방 진지로 삼았다.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한 경기도가 2001년 도 문화재로 지정했고, 이어 국가사적 468호로 지정됐다. 북진하는 신라와 이를 막아선 고구려가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인 역사의 무대라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유적지 곳곳에는 1970~1980년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군사시설이 산재하고 있다. 안보상의 이유로 문화재에 군사시설을 덧씌운 것이다. 연천군은 지난해 군에 공문을 보내 군사시설 철거를 요청했다. 유적지에는 차양막과 초록색 출입문이 있고, 성곽 언덕엔 지하벙커로 추정되는 참호와 진지가 있다. 연천군은 고구려 시대 문화재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며 재차 공문을 보내 관광지에 맞게 군사시설을 보완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군은 해당 진지가 작전상 꼭 필요하다며 난색을 보였다. 다만 문화재 보호와 관광자원 활용이라는 연천군의 입장을 고려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고 한다.
남북 분단 현실에서 문화재 보호와 군 시설 설치는 상충할 수 밖에 없다. 삼국시대 접경지였던 당포성 유적지는 현재도 같은 처지다. 군과 연천군의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어느 한쪽을 버릴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군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문화재로서 당포성의 유용함과 안보를 지켜야 하는 현실을 포용할 묘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사설]문화재와 군사시설 충돌, 상생의 지혜 찾아야
입력 2021-04-05 20:24
수정 2021-04-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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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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