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은 준엄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완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4·15 국회의원선거에서 여당에 180석이라는 의회 권력을 안겨준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0%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18.32%포인트 격차로 압도했고,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오 후보가 승리할 정도로 민심은 냉혹했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서울의 정치 지형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62.67%의 엄청난 득표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34.42%)를 완파했다.

특히 공휴일이 아니었음에도 광역단체장 투표율이 서울 58.2%, 부산 52.7%를 기록하는 등 역대 처음으로 투표율 50%를 넘겼다는 점에서, 민심은 여당의 오만함을 심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소를 찾았다고 봐야 한다. 민심의 표변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정작 승리한 국민의힘은 우리가 잘나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고 한껏 몸을 낮춰야 했다.

이번 선거는 처음에는 여당 쪽에 유리한 형세로 시작했다. 정부의 실정과 여당의 오만에 대한 심판론은 지리멸렬한 야당의 현실로 인해 출구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 자체가 범야권 진영에 후보 단일화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단일화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와 청와대·여당 핵심인사의 내로남불식 전월세 인상 사례가 터지면서 여당에 치명타를 가했다.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진영 중심의 비타협 정치에 철퇴를 내려쳤다. 정권은 초거대의석을 쥐어 준 민심의 진의를 외면한 채 내로남불식 입법 독선, 정책 독선, 행정 독선으로 공화의 가치를 훼손했다. 이에 분노한 민심이 빈사 상태의 야당을 살려 심판의 도구로 쓴 것이다.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오만과 자만에 빠져 균형 감각을 상실한 정치세력에게 회복할 수 없는 심판을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야 모두 선거의 결과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선거에 담긴 민심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 요구는 단순하다. 상식과 법대로 정치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