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간 '서울상의회장=대한상의회장' 공식
인천상의 이끌던 '故 이수영' 경총회장 지내
젊은 창업자들 성공후 50~60대 시니어되면
지역상의회장도 대한상의회장 될수 있을까


2021041101000385100018531
이현준 인천본사 경제팀장
"대한상공회의소에 지역경제팀을 신설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함께 나서겠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들과의 온라인 상견례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회원사의 권익 대변과 사회 발전에 기여할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국 상의 회장들의 따뜻한 조언과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각 지역 상의의 말씀을 듣고 협력하겠다"고 했다. 각 지역 경제계의 상황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어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최태원 회장의 발언은 대한상의 회장이 아닌 서울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온라인 상견례 소식을 담은 대한상의 발(發) 보도 참고 자료엔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최 회장이 신임 대한상의 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는 '관례'대로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회원의 공동이익을 꾀하고 상공업에 관한 회원의 의견과 건의 등을 종합·조정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이를 건의함으로써 상공업의 경쟁력 강화와 진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1952년 제정된 상공회의소법이 정하고 있는 대한상의의 설립 목적이다. 설립을 위해선 5개 이상의 지역 상공회의소 발기, 10개 이상의 지역 상공회의소 동의, 정부 인가 등 절차가 필요하다. 1884년 한성상업회의소를 뿌리로 하는 서울상공회의소와 1885년 인천객주회를 효시로 하는 인천상공회의소를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각 지역 상공회의소가 대한상의 구성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대한상의 회장은 대의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대의원은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이다. 초대 대한상의 회장 선출 과정을 담은 당시의 한 신문기사를 보면 "이중재 경전(경성전기) 사장이 압도적으로 피선되고 유력시되던 이년재 미진회사(미진상회) 사장은 패했다"고 했다. 이중재 사장은 당시 서울상의 회장, 이년재 사장은 부산상의 회장이었다. 회장 선출을 위해 적어도 '선거'가 치러졌음을 알 수 있다. 이후 7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이중재 회장을 시작으로 최근 최태원 회장까지 총 14명의 대한상의 회장은 모두 서울상의 회장이었다. 지역 상의 회장은 없었다.

기업의 서열을 따질 때 흔히 등장하는 기준이 매출액과 직원 규모 등이다. 시장 영향력과 큰 덩치를 자랑하는 대기업이 서울에 몰려있고 그들을 회원사로 두는 서울상공회의소의 사회적 역할과 비중이 다른 지역 상의보다 클 수 있다. '서울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지역 상의회장은 대한상의 부회장'이라는 관례가 굳어진 배경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관례가 서울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경제인이 전국 규모의 경제단체 수장을 맡은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故) 이수영 OCI(옛 동양제철화학) 회장이다. 이수영 회장은 2004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에 추대돼 2010년까지 연임하며 단체를 이끌었다. 한국경총 회장 취임 전,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내기도 한 이수영 회장은 재임 기간 기업들의 투명 경영과 윤리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2008년 미국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공황 극복을 위해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운영을 촉구하고 '노조법 개정안' 처리 등 합리적인 노사 관계 구축에 이바지했다는 등의 평가를 얻고 있다.

최근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만난 젊은 창업자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소개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목표로 하는 인천스타트업파크에 입주한 70여개 창업기업의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들 창업자가 세계적으로 성공해 50~60대 시니어가 될 때쯤엔 지역 상의 회장도 대한상의 회장이 될 수 있으려나. 그때쯤이면 지금과는 다른 관례가 생길 수 있을까. 괜한 생각일 뿐일까.

/이현준 인천본사 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