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조국사태 자성의 반성문' 당원 항의에도 비판, 쇄신방안 곧 제출
국힘 "당·원내대표 혁신 동의해야 출마 지지 검토"… 새정풍운동 신호

오영환-의정부갑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 /경인일보DB
4·7 재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난 가운데 여야 모두에서 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초선의원들의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 여의도에 불었던 '정풍운동'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11일 여의도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초선은 151명으로 전체 의원의 과반을 차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총 174명 가운데 81명이, 국민의힘은 102명 중 56명이 초선 의원이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지난 1년간 초선의원 대다수가 이렇다 할 소신을 펴지 못한 채, 당론에 끌려다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그들이 재보선 이후 내년 3월 대선 승리를 위한 반성과 혁신의 주체로 나서고 세력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우선 민주당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전원 명의로 재보선 참패에 대한 뒤늦은 반성문을 써냈다. 특히 오영환(의정부갑)·이소영(의왕·과천)·전용기·장경태·장철민 의원 등 20∼30대 의원 5명은 여권에서 '불가침 성역'으로 여겨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이에 대한 당원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이들은 이날도 입장문을 통해 "비난과 논란을 예상했음에도 반성문을 발표한 이유는 당내에 다양한 성찰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조국 사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5월2일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전체 투표를 통한 최고위원 선출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기도 했다.

민주당 초선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당 쇄신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지도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는 초선의원들이 당 혁신에 동의하는 당대표·원내대표 출마자에 대해서만 지지를 선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의원은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지지세를 확인한 20∼30대와 중도 성향 스윙보터를 확고한 지지층으로 만들려면 끊임없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초선의원들의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 일었던 '정풍운동'의 새로운 신호로 읽힌다.

앞서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서는 당시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을 필두로 한 초·재선 그룹이 주류 동교동계의 2선 퇴진을 요구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총재직 사임 등을 이끌어냈고, 한나라당에서는 '차떼기 사건' 직후인 2004년 소장파 그룹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당 개혁 전면에 나서 바람을 일으켰다.

다만, 정치권에선 초선들의 목소리가 구심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어 향후 이들이 일으킬 바람의 세기가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낳게 될지 주목된다.

/정의종·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