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패배로 끝난 재보궐선거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민심과 괴리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일주일짜리 비상대책위원회이지만 위원장에 친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대표를 지냈던 도종환 의원을 임명했다. 성과를 낼 시간이 없는 한시적 초단기간 기구이지만 패배 직후의 첫 조치라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친문 핵심 의원을 기용한 것은 패배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다는 반증이다. 특히 검찰 개혁에 앞장섰던 의원들은 패인을 언론의 편향으로 들고 검찰개혁을 더욱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진단과 처방을 내놓았으니 소가 웃을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는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줬다. 유권자가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에게 징벌적 패배를 안긴 지 불과 1년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 패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찰개혁 타령과 친문을 앞세우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친문 핵심을 당의 2선으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 차기 당대표 후보가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의원인데 이 중 홍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문 주류다. 어떠한 조합으로 지도부가 짜일지 모르지만 짧은 시간에 당에서 강경 세력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이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당을 혁신하지 않으면 여당의 정권 재창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자성 입장문에 친문 커뮤니티가 거센 용어로 항의하고 있는 것에서 당내 쇄신 작업이 얼마나 어려울지 가늠이 된다. 과도하게 조국과 추미애를 옹위했던 초선 의원의 빠른 변신도 불편하지만 그래도 반성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향후 행보에 따라 당은 요동칠 것이다. 이재명 지사와 공직에서 물러날 정세균 총리가 민주당을 어떻게 개혁하느냐가 실질적 관건일 것이다. 그러나 주지하는 것처럼 이 지사는 친문과는 정치적 결을 달리한다. 어떻게 이들과 연대하고 또 차별화할지에 대한 이중적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

어떠한 정치공학이 됐건 민주당의 친문 주류가 생각을 바꾸거나 후퇴하지 않으면 여당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민주당이 패인을 제대로 진단할 때 올바른 처방이 나올 것이다. 개혁을 빙자한 기득권 지키기에 함몰된다면 정권 10년 주기론은 깨질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 대선의 공식인 재선에 실패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