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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예방적 살처분을 겪었던 화성시 산안마을 산안농장에 12일 병아리가 새로 들어왔다. 지난 2월 19일 이후 53일만의 재입식이다. 이날 관계자들이 부화장에서 온 병아리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21.4.12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경기도, 3㎞→500m 범위조정 건의… 농림부, 규정변경 '묵묵부답'
市 "'행정명령 거부 고발' 철회 안한다"… 적법여부 행심 6월 예정
유재호 대표 "고발전은 진행중… 살처분에 처벌까지 '답답한 심정'"


12일 낮 12시께 화성시 향남읍 산안농장 안으로 노란색 '축산시설출입차량' 표지가 붙여진 탑차가 들어섰다. 운전자와 탑차 모두 소독을 마친 뒤 산란계 농장 안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병아리 도착 소식에 인근의 아이들은 물론 어르신들까지 의자를 들고 농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앞서 동물복지농장인 산안농장은 인근 농장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산안농장은 강제 살처분 규정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이를 거부했지만 결국 사태 두 달 여 만에 살처분을 받아들였다. 산안농장 사태로 획일적 살처분 규정에 대한 논란이 번졌다.

산안농장에는 10동의 사육장이 있는데 총 4동이 병아리 맞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한 동마다 닭들이 편하게 자랄 수 있도록 25개 칸으로 구분돼 있다. 온도와 습도에 예민한 병아리들이 추위와 더위에 점차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든 '침상'이 양 끝 칸을 제외하고 마련돼 있었다.

이날 산안마을에 도착한 병아리는 총 1만8천300여마리. 주민들은 작업복을 입고 구멍이 숭숭 뚫린 상자를 하나둘 탑차에서 카트로 옮겼다. 한 칸마다 2개의 상자가 들어갔다.

주민들은 '침상' 안에 병아리를 조심스럽게 놓은 뒤 출입문 옆에 걸린 메모장에 숫자를 기록했다. 상자마다 담긴 병아리 숫자가 제각각이다 보니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3만7천마리를 살처분한지 53일 만에 다시 병아리가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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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예방적 살처분을 겪었던 화성시 산안마을 산안농장에 12일 병아리가 새로 들어왔다. 지난 2월19일 이후 53일만의 재입식이다. 이날 관계자들이 부화장에서 온 병아리 상자를 옮기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유재호 산안농장 대표는 "지난달 25일 산란계 농가 정밀 검사를 마쳤고 30일 음성 판정을 받아 다시 병아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한 칸당 대략 200마리가 들어갔는데 병아리가 조금 자라면 한 칸당 100마리씩 생활하도록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병아리 재입식이 이뤄졌지만 산안농장을 둘러싼 문제들의 해소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산안농장 사태 이후 경기도는 예방적 살처분 대상을 기존 발생농가로부터 반경 3㎞에서 500m로 줄이는 방안을 농림수산식품부에 건의했지만 일시적으로 1㎞로 완화했을 뿐 규정 자체를 변경하는데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도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살처분을 거부한데 대해 화성시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산안농장을 고발한 바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고발 이후 살처분을 받아들였지만 당시엔 살처분하라는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였다"며 고발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화성시의 행정명령이 적법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경기도 행정심판 일정도 오는 6월께로 예정돼 있다. 희망의 불씨는 지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유재호 대표는 "화성시와의 고발전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 살처분은 살처분대로 하고 처벌은 처벌대로 받아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태성·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