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뚝심 있게 밀어붙여 온 도 산하 공공기관 이전 사업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도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워낙 뚜렷해 호응하는 여론이 반발하는 여론을 압도했다. 2019년 1차, 2020년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다소의 잡음에도 무리 없이 확정된 배경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이 지사가 3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밝히자, 1, 2차 발표 때 속앓이만 하던 반발 여론이 표면으로 분출했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과 수원 광교 주민들이 법원에 경기도의 3차 공공기관 이전 지역 선정 작업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이 절차의 위법을 판결하거나,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도의 3차 공공기관 이전 사업은 위기를 맞는다. 이뿐 아니라 앞서 확정된 1, 2차 이전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건 3차 이전 계획의 규모가 워낙 크고, 앞선 이전 계획 때 발생했던 반발 여론을 해소하지 못한 탓이 크다. 우선 3차 이전대상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연구원, 경기도농수산진흥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복지재단 등 7개 기관은 1, 2차 이전 대상 기관들을 규모와 영향력에서 압도한다. 그만큼 이전의 악영향을 받는 기관 직원들의 규모와 이전 원점 지역의 상실감도 크다는 얘기다.

1, 2차 계획 확정 당시 나왔던 이유있는 반발을 무시한 점도 잘못이다. 삶의 근거지를 송두리째 바꾸어야 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담, 이전 원점 지역의 공동화와 함께 이전 절차의 적법·적정성 논란은 3차 계획에 앞서 해소됐어야 할 타당한 주장이었다. 즉 행정 이익을 과도하게 앞세워 공공기관 직원의 기본권과 절차의 정당성을 위반하면 안 된다는 요청이었다. 특히 경기신용보증재단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소재지 변경은 정관 개정과 정부 승인 사항이라 하니, 절차적 시비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도는 12일까지 7개 기관에 대한 시·군의 유치 신청서를 접수한 뒤 다음 달 내에 이전 지역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명분이 아무리 좋고 여론의 지지가 압도적이라도 절차적 정의를 생략할 수 없고 소수의 피해 보전을 외면하면 안 된다. 이 지사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정의를 실현하려면 법의 판결에 앞서 소홀했던 반발 여론과 직접 만나 소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