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노화 등으로 오인 발견 지연 쉬워
조기 치료·관리 땐 일상생활 지장 적어
환자 본인은 물론 주변사람 '관심' 중요
파킨슨병은 노인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만성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이다. 이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의 결핍으로 나타난다. 우리 몸이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하면 몸동작이 느려지거나, 편안한 자세에서도 떨림이 일어난다. 또 근육의 강직, 보행 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4월11일)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진료 환자는 2015년 9만1천351명에서 2019년 11만284만명으로 5년 만에 약 20% 이상 증가했다.
파킨슨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에서 두드러지는 증상은 통증이다. 통증은 매우 흔한 비운동증상이기 때문에 파킨슨병 환자 중에는 어깨 통증, 허리 통증 등으로 정형외과와 신경외과부터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약 30%의 환자들이 신경과에서 파킨슨병을 진단받기 전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단순 노화로 행동이 느려지거나 보행 장애가 생겼다고 생각해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무표정해져서 이를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의 문제로 오인하기도 한다. 파킨슨병 초기에 몸의 한쪽에서 불편함을 느껴 뇌혈관질환으로 오인하는 사례도 많다. 파킨슨병 환자의 70%가 뇌졸중 치료를 받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성영희 교수는 "파킨슨병은 특징적인 임상양상을 가지고 있지만, 초기에는 유사한 증상이 보이는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쉬운 병"이라며 "초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에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의 증상을 꼼꼼히 살펴보고 의심이 된다면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인 행동 느려짐, 안정된 상황에서의 떨림, 경직과 같은 증상은 중뇌의 흑색질 퇴행과 관련이 있다. 이 부위의 퇴화는 증상이 나타나기 10년 전부터 시작된다. 운동 장애가 없더라도 환자 본인은 물론 노인들의 행동 변화를 주변 사람들이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전구증상(질환의 증후가 나타나기 전에 일어나는 증상) 가운데는 렘수면행동장애로, 꿈을 꾸는데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하는 증상, 후각신경이 소실되는 증상, 변비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조기에 신경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성 교수는 "파킨슨병의 치료 목적은 증상을 완화하고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하며 관리한다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