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쪽과 중국 만주를 호령한 고구려의 기상이 외면받고 있다. 고구려·신라 백제, 가야국 가운데 유일하게 고구려 역사 국립박물관이 없다. 동북공정을 통해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고 한족 역사에 강제 편입한 중국도 고구려 전용 박물관을 운영한다. 경기 북부지역에 산재한 고구려 유적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무시와 홀대 속에 파괴되고 무너져내리고 있다. 올 한해 경기도내 고구려 문화유적 보존·정비사업 예산은 5개 지역, 7개소, 14억여원에 불과하다. 이러고도 동북공정의 역사 왜곡과 김치와 한복으로 촉발된 '문화 동북공정'을 비판만 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도내 고구려 시대 문화유적은 총 63개소로, 전국(92개소)의 68%를 차지한다. 신라·백제와 국경 지역이었던 경기 북부에만 유적 62개소가 몰려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예산 등을 이유로 보수·관리에 소홀하다. 지난 2007년 동북공정 논란 이후 경기도는 고구려 유산에 한해 도비 지원을 하도록 했으나 신청을 꺼리는 실정이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지자체 부담은 15%에 불과하나 도 지정·비지정 문화재는 50%인 때문이다. 사적 제403호인 포천 반월성은 성곽만 덩그러니 방치되고, 양주 불곡산 성벽은 대부분 무너지거나 토사에 묻혀 정확한 축조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된 까닭이다.
구리시는 2004년 고구려 역사를 온전히 담아낼 국립박물관 건립을 정부에 건의했다. 당시 아차산에서는 17개 보루와 유물 1천500여점 등 고구려 시대 유적이 다수 발견됐다. 9년이 지난 2013년에야 문화체육관광부와 구리시 등이 아차산 일대에 국립박물관을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연구용역까지 진행돼 성사되는 듯했으나 흐지부지돼 끝내 무산됐다. 한반도 패권을 다툰 신라와 백제는 물론 가야국의 국립박물관이 있으나 고구려만 소외된 거다. 구리시가 22억원 예산으로 건립한 아차산 고구려 대장간 마을 전시관이 운영될 뿐이다.
역사가들은 이제라도 고구려 시대를 조명할 국립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말이 없다. 한국 고대사를 자국에 강제편입한 중국은 이제 우리 민족의 문화마저 송두리째 빼앗으려 한다. 김치와 한복이 중국 한족에서 유래했다고 억지를 부린다. 굴종을 강요하는 중국의 오만한 태도는 예의를 잃은 지 오래다. 기상이 넘치는 고구려 역사를 내팽개친 마당에 중국 탓만 할 수도 없다.
[사설]고구려 역사와 유물, 이렇게 홀대해도 되나
입력 2021-04-14 20:21
수정 2021-04-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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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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