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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성 정치부 기자
화성 산안농장을 취재할 때다. 현장을 함께 방문한 사진부 선배는 산안농장 닭 사육장을 보면서 기존의 산란계 농장들과 어떻게 다른지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공장식 농장들은 성인 남성이 허리를 굽히고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다시 일어서면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은데 산안농장은 층고가 높다', '사육장 한 동의 크기가 양돈 농장 사육장만하다', '지붕에 구멍이 있어 환풍이 된다. 환풍시설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수십 차례 현장을 누비며 카메라에 양계농장을 담았던 선배만이 볼 수 있는 농장의 모습이었다.

이런 시설들을 꼼꼼히 갖춘 산안농장도 조류인플루엔자(AI)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AI 발생지역 3㎞ 이내 농장들은 예방적으로 살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산안농장은 물론 인근의 영세 산란계 농장들도 모두 살아있는 닭들을 죽여야 했다. 이처럼 경기도 내에서 예방적으로 죽인 가금류는 896만2천마리에 달한다. 전체 살처분된 가금류 중 61%다.

살처분된 산안농장에도 병아리는 다시 들어왔지만,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시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비극을 막고자 산안농장 유재호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간담회에서 유 대표는 "농식품부와 소통하고 싶어 여러 차례 면담을 시도했다. 국회의원실을 통해서 약속을 잡고 세종시로 갔다. 정말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부담이 커서 살처분 반대 운동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갔는데 많이 낙담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유 대표에게 어떤 단체의 어떤 사람은 배제하면 안 되는지, 언론에 알리지는 않았는지 물었다고 한다. 하루 반 만에 만날 수 있었던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토하겠다, 보고하겠다, 전달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논의하는 자리는 없었다. 이 간담회에서도 농식품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경기도 내 산란계 농장 대표들은 농식품부와 대화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남국성 정치부 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