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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팔달구 서호저수지 내 인공섬을 뒤덮은 민물가마우지 무리. 2021.4.20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가마우지 배설물로 섬에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하얗게 변했어요.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수원시 팔달구 서호저수지내 인공섬. 이곳 인공섬은 '민물가마우지 섬'이라 불린다.

새까만 민물가마우지 떼의 배설물로 '흰똥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서 산책을 즐긴다는 시민 김모(56·여)씨는 "미관상 좋지 않다"며 "저수지로부터 50m까지도 민물가마우지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고 했다.

수원 서호 저수지가 매년 봄만 되면 가마우지 떼 출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물가마우지 수천마리가 배출하는 배설물이 인공섬 내 나무들의 생육을 방해, 인공섬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서호 저수지 가운데 위치한 인공섬에는 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가 10여년째 매년 봄마다 찾아오고 있다. 이렇게 찾아온 민물가마우지는 주식인 물고기가 풍부하고 둥지를 틀 수 있는 나무가 많은 서호저수지에서 수개월간 머무른다.

문제는 수천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매일같이 쏟아내는 배설물이 인공섬의 수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 환경운동연합에선 배설물의 산성이 수목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은 산성이 강하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다만 많은 양의 민물가마우지 배설물은 식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관리주체인 수원시는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수년째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서울시의 경우 매년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 밤섬 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장비를 동원해 민물가마우지 배설물 처리를 처리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봄철 민물가마우지 번식기를 맞아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인데 5~7월이면 개체도 줄어든다"며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인위적으로 야생 동물 서식지를 손댈 수 없어서 지켜보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