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감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방역행정과 비대면 일상이 시각장애인에게 차별과 소외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당국이 조금만 신경 썼으면 대응할 수 있었던 문제라서 더욱 안타깝다.

현재 코로나19 방역행정의 핵심은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출입명부를 작성하거나 QR코드를 인증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어기면 벌금을 내야 한다. 시각장애인이 이 같은 방역의무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출입명부 작성이야 타인의 도움을 받아 가능할지 모르지만 QR코드 인증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전국의 시각장애인이 25만3천여명이다. 이들의 방역의무 이행을 지원할 별도의 대책이 있어야 마땅했다.

비대면 일상도 시각장애인을 괴롭히기는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편의시설, 자영업소 등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오스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일반 성인들도 익숙하게 활용하기 힘든 첨단기기는 시각장애인에게 거대한 장벽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장애인들도 접근 가능하도록 기기 제조 허가 기준을 마련하고, 기기사용을 위한 장애인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을 배려한 제조기준과 업체의 관심은 전무하다. 교육도 유명무실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내 정보화교육시설 61곳 중 38곳이 정보화교육 과정이 없고, 33곳은 교육장비인 정보화기기 자체가 없다고 한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정책이 즐비하고 예산도 엄청나지만, 정작 장애인의 차별적 소외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책과 예산이 장애인 입장에서가 아니라 행정기관의 탁상머리에서 성안되고 집행된 탓이 크다. 경기도가 2001년부터 시상하는 '으뜸 장애인상'에 대한 비판은 새겨볼만 하다. 소수의 장애 극복 장애인을 추켜세우는 일 보다, 장애인들의 사회생활을 방해하는 물리적 문화적 불편을 제거하는데 주목하자는 비판이다.

의식이 바뀌어야 정책이 바뀌고 현실이 개선된다. 장애인 정책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도래한 비대면 사회에서 장애인이 겪을 불편을 장애인 입장에서 배려했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이미 시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장애인이 장애 극복을 위해 개인적으로 악전고투하는 나라의 장애인복지 정책은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