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이슈 점화되자 교수·교사 생업 뒤로하고 인근 부지 샅샅이 뒤져
박지영 위원장 "도내서 개발 가장 많아… 시는 주민과 소통 앞장서야"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용인시 원삼면 일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세상에 알린 건 바로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개발 예정지에 발을 딛고 사는 용인 시민들이었다.
박지영 원삼주민통합대책위 위원장은 투기 의혹의 시작을 2년 전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경인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것처럼 수년 전부터 개발업자들은 원삼면이 SK 하이닉스 일반산단 예정지구라며 도면을 들고 원주민들에게 땅을 팔라고 했다.
2019년 3월28일 개발 도면을 주민들이 공람할 수 있게 됐을 때 시민들은 시중에 떠돌던 도면과 일치한다는 걸 확인했다. 용인시에 개발 도면 유출 의혹이 있으니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용인시의 자체 조사는 없었다.
전국적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 박 위원장과 주민대책위원들은 용인 원삼면 개발 예정지 인근의 토지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교수, 교사 등 각자의 생업을 뒤로 하고 사무실에 앉아 새벽까지 개발 예정지 인근 부지를 샅샅이 뒤졌다.
개발 도면이 유출됐다고 의심되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개년 토지 거래 자료가 밑바탕이었다. 그 방대한 자료 속에 용인시청 공무원, 전 경기도청 공무원, LH 직원이 있었다. 도면 유출 의혹은 2년 뒤 공무원들의 투기로 세상 밖에 드러난 것이다.
박 위원장이 바라본 원삼면 내 토지 거래는 결코 '정의롭지도, 동등하지도' 않았다. 원주민들은 수용되면 끝이라는 생각에 겁을 먹고 땅을 팔았다. 땅을 산 사람들은 그 값어치를 모르지 않았다.
가족 명의의 유령회사로 원삼면 개발 예정지 인근 부지를 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경기도청 공무원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해당 공무원은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가 사들인 땅은 사업부지 개발 도면이 공개된 지난 2019년 이후 시세가 5배인 25억원 이상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든 과정에서 박 위원장을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다름 아닌 용인시였다.
그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첫 번째 관계자인 주민들은 이 사업이 정당하게 가고 있는지 하나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토지 수용으로까지 이어진다"며 "용인시민의 재산이 (수용 등을 통해) 흰 바탕의 도화지가 됐기 때문에 용인시가 그 위에 (개발을 위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용인시는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개발사업을 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곳이다. 다른 곳보다 더 소통을 앞서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행정의 모순을 토로했다.
박 위원장이 국민신문고는 물론 정보공개청구, 용인시 시민청원 사이트까지 문을 두드렸지만 어느 곳에서도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는 마련하지 않았다.
그는 "국민이 떠들 수 있는 창구는 아마 현존하는 민주주의 나라 중 가장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고칠 수 있는 길이 없다. 고치려면 기본이 1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별도의) 설명회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법적 절차마다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과) 소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