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행사 취소·'야외취식' 금지
업계, CCTV 없는 아파트로 몰려
경찰·지자체 단속땐 자리 옮겨야
반복되는 상황, 협회서도 '골머리'
"전부 무허가 푸드트럭이죠. 코로나 때문에 마음 놓고 장사도 못해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자 푸드트럭 업계가 설 자리를 잃었다.
22일 한국푸드트럭협회 등에 따르면 계절 영향을 많이 받는 푸드트럭 업계 특성상 매년 봄이면 일년 중 가장 높은 매출고를 올린다. 야시장, 꽃축제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음식을 판매할 경우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오후 10시면 거리가 휑하다. 푸드트럭 종사자들도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의 80%를 차지했던 행사장 영업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방역 지침상 야외 취식을 금지하고 있어 가게 운영조차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푸드트럭 종사자들이 생계를 위해 택한 것은 '불법 영업'이다. 경찰관의 야간 단속과 지자체 불법 주차 단속을 피해 이른바 '안전 영업'이 가능한 곳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업계에서 찾는 1순위 조건은 CCTV가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푸드트럭 종사자들은 일부 아파트 단지로 몰리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9시께 찾은 수원시 팔달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는 닭강정, 화덕피자 등 각종 푸드트럭 4대가 자리했다. 푸드트럭 상인 A씨는 "이곳의 모든 푸드트럭이 한순간에 다 사라질 수 있다"며 "경찰이나 지자체 단속이 들어오면 모두 자리를 옮겨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봄철 축제가 모두 취소됐으니 어떡해요. 우리도 먹고 살아야죠"라고 하소연했다.
푸드트럭 업체 간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업계 도의상 같은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은 근처에서 운영할 수 없다. 최근 수입이 끊긴 푸드트럭 운영자들이 늘면서 '목 좋은 자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 때문에 생소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자리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점은 업계 원칙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관리가 다소 허술한 구축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날 오후 10시30분께 찾은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별로 한두 대 정도의 푸드트럭이 보였다.
수원과 인천을 오가며 약 3년째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경찰 단속이 없는 저녁 시간에 장사를 시작한다"며 "단속을 피해 어렵게 장사를 시작해도 요새는 배달 음식 주문이 늘면서 오후 8시를 넘기면 단지를 돌아다니는 시민들이 적다"고 허탈해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한국푸드트럭협회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혁 한국푸드트럭협회 회장은 "아파트 단지 내 영업은 푸드트럭 주인이 직접 단지 관리자와 계약을 맺는 방식이어서 서로 간 친분이 없다면 영업 허가를 받기가 어렵다"며 "단지 내 영업은 수입이 불안정해서 선호하는 방식이 아님에도 정부 관심이 줄고 코로나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많은 업주들이 신축 아파트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