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개발사업으로 인천 공간구조 다핵화
2·3기신도시·철도망 확충땐 더 복잡할 듯
'떠날지… 명성 지킬지' 논의 계속될 전망
지난달 16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제물포고를 송도국제도시로 옮기고 현 학교 부지에 '인천교육복합단지'(가칭)를 조성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인천교육복합단지에는 진로교육원, 남부교육지원청, 교육연수원 분원, 도서관, 상상공유캠퍼스, 생태 숲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교육복합단지가 제물포고의 빈자리를 메워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인천시교육청은 기대했다. 인천시교육청이 제물포고의 송도 이전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동문은 환영했다. 하지만 중구와 인근 동구에선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제물포고 이전은 구도심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학교 부족 탓에 구도심 인구가 더욱 감소할 것이란 주장과 우려가 나왔다.
인천시교육청의 제물포고 이전 계획은 교육정책(적정 규모 학교를 육성하기 위한 이전·재배치)과도 맞물린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해 학교 신설을 억제하면서 기존 학교를 이전·재배치하는 것이다. 신도시에는 학교를 지어야 하고, 구도심 학교는 학생이 부족한 게 인천의 현주소. 그렇다 보니 학교 이전에 관한 논란과 갈등이 종종 생긴다.
제물포고는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2천명이 넘던 학생 수는 1천명 이하로 감소해 올해 전교생은 418명뿐이라고 한다. 구도심의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제물포고는 비평준화 시절 서울대 합격자를 100명 이상 배출하는 등 명문고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중구는 인천의 중심부 기능을 했다. 제물포고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제물포고는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비인기 학교'로 전락했다. 오죽하면 학생을 찾아 송도로 이사하려고 할까. 제물포고 이전 논란은 인천 구도심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천의 공간 구조는 각종 개발사업으로 다핵화하고 있다. 중구·동구와 부평구 중심의 공간 구조는 '동서'(영종~동인천~구월~부평), '남북'(송도~주안~청라·가정~검단) 축으로 확장됐다. 여기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청라·영종), 도시개발사업(소래·논현 등), 택지개발사업(서창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검단과 계양 등 2·3기 신도시 개발과 철도망 확충이 본격화하면 인천의 공간 구조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구도심 인구가 신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심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인천 인구 이동 현황' 자료(인천시 통계연보 2019년)를 보면, 인천 내에서의 인구 이동 비율이 약 65%에 달한다. 서울 또는 경기지역 전출입 비율은 각각 10%대에 그쳤다. 중구·동구 등 구도심 주민들이 더욱 좋은 생활환경을 찾아 주변의 소규모 개발지구나 서울 접근성이 좋은 신도시로 이동하는 것이다.
제물포고가 중구를 떠나 송도로 이전할지, 현 자리에서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물포고 이전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논쟁거리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에도 제물포고 이전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구도심 학교를 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은 근본적 처방이 아닌 대증요법(對症療法)에 불과하다. 신도시 개발로 구도심 인구가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또 다른 학교가 구도심을 떠난다고 할지도 모른다.
/목동훈 인천본사 정치·경제총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