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 선거 이후 여야의 지도부 구성과 개각 등 인적 교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정작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와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자리에서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장소와 시기가 부적절한 것은 물론이고 사과의 대상도 분명치 않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선열들에 대한 추모의 발언도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이긴 마찬가지다. 윤 원내대표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밀고 나갈 것을 언급하고 야당과 상임위 분배와 관련한 재협상도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강성 친문 정치인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와 무관하게 선거 결과에 대한 독해가 잘못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언행들이다.
국민의힘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하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기도 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이미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제기한 적도 있었던 사안이므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탄핵 불복론'은 사면론과도 다른 차원의 얘기다. 탄핵 문제 제기와 사면론이 공식 당론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선거 승리에 도취되어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의힘의 승리는 수권정당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아서가 아니라 민주당 정권의 오만과 위선 등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원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나 참패한 민주당 모두 민심과 괴리가 있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대선을 의식하여 지지층을 결집하고 진영의 눈치를 살피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쇄신안이 나오지 않는 민주당이나 승리에 도취하여 갈팡질팡하며 '도로 국민의힘'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민의힘 모두 민생은 말뿐이고 정치공학에만 몰두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두 거대정당은 대선의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정책과 가치를 지향하는 책임정당과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선마저 차악을 뽑는 선거가 되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하기 바란다.
[사설]선거 민심 파악 못 하는 여야 정당
입력 2021-04-25 20:29
수정 2021-04-2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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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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