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로 돈을 번 이들은 개발보상금을 챙기는데…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 조례는 미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전국 34곳, 그중 서울과 경기도에는 각각 5곳의 성매매 집결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소방도로 개설을 추진하고 단속이 강화되면서 폐쇄로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성남과 파주, 평택 등지에는 엄연히 불법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성남시 중원구 중동(현 중앙동)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는 10여개의 초·중·고가 밀집한 통학로와 인접해 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 누구나 걷다 고개만 돌리면 성매매 집결지가 보이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진보당 중원지역위원회 신옥희 위원장은 "20살 당시 처음 중동 집결지를 봤을 땐 너무 놀랐던 기억은 어느새 일상생활 그 이상도 그 이하로 아닌 기억으로 변했다"며 "어느새 여성을 사고파는 행위가 이뤄지는 범죄에 무감각해지고 여성을 성적 소비 대상으로 상품화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성차별 문화 구조에 익숙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성매매 집결지를 '개발사업'으로 해결하려는 한다는 지자체 행정에 대해 신 위원장은 "유흥업소로 허가를 받고 성매매로 불법적으로 이익을 챙긴 이들이 개발보상금까지 챙기고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 조례는 미비해 여성들은 더 열악한 곳으로 밀려 나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상생활 속에서 성매매 현장에 노출된 시민들의 인식 전환과 피해 여성 지원 대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불법적으로 얻은 이익에 대해선 추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를 비롯해 수원과 부산광역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등은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 여성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계획은 마련되지 않아 조례만 있을 뿐 실효성은 미비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수도권 최대 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진 파주 용주골은 한국전쟁 당시부터 지금까지 불법인 성매매가 자행되고 있다. 파주 용주골은 성매매방지특별법 제정 이후 폐쇄를 위한 움직임은 물론 단속도 강화됐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지적장애 여성을 유인해 파주 용주골에 팔아넘긴 이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파주시가 시행한 성 평등 생활환경 여론조사에서도 파주 시민 79%는 용주골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응답자 62%는 용주골이 폐쇄돼야 한다고 답했다.
진보당 파주시위원회는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 대신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으로 집결지를 폐쇄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피해가고 있다"면서 "경찰과 행정기관이 소극적이라면 시민부터 나서 집결지를 폐쇄하도록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자주여성연대와 수원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도 성매매 집결지 폐쇄 활동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폐쇄 조처를 촉구했다. 진보당 경기도당 신건수 위원장은 "민생 문제를 담당하는 자치경찰의 지휘·감독권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있는 만큼 이재명 도지사가 결심만 하면 경기도 내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할 수 있다"면서 "민·관·경이 함께하는 대책기구 구성 및 불법 성매매 단속, 성매매 여성에 대한 실질적 지원방안 모색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