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정부가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 이후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관련 수칙 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27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한 건설현장에서 화재감시자가 화재감시업무 대신 직접 화기를 다루고 있다. 관련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가 화재감시자에게 화재감시 이외 업무를 부여할 경우 처벌대상이 된다. 2021.4.27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정부 '재발방지 대책' 쏟아냈지만
위험한 동시 작업 계속… 예방 미흡
전문성 없는 '화재감시자'도 문제
"제재 강화… 불시관리 감독 필요"

2021042701001120400055172




2021년 4월29일. 48명의 사상자를 낳은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정부는 동일한 사고의 재발을 막겠다며 참사 이후 물류창고 화재 안전 대책을 쏟아냈지만, 법전에 명문화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폭발성 화재로 수많은 건설 노동자가 숨을 거뒀으나 여전히 현장에선 공기를 맞추느라 쫓기듯 용접과 용단, 우레탄폼 동시 작업이 이뤄진다.

목숨보다 이윤을 중시하다 보니 안전은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경인일보는 건설현장에서 되풀이되는 비극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현실을 직시하고 방법을 모색해봤다. → 편집자 주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의 교훈이 1년 만에 희미해졌다.

화재를 예방하고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줄이려면 마땅히 지켜야 하는 현행 법령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은 이천 물류창고 화재 이후 건설 현장의 화재 예방 개선에 초점을 맞춰 지난 2월 경기도 이천과 용인의 냉동·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 8개소에 대한 집중 기획조사를 벌였다.

공단 조사 결과 우레탄폼 뿜칠 작업 이후 유증기가 남은 상태에서 용접 작업을 수행하는 위험한 동시 작업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승강기 설치를 위한 용접·용단 작업 도중 단열재와 비닐에 불티가 튀어 화재 발생이 우려되는데도 용접 방화포를 설치하지 않거나 출입구 주위에 비닐을 방치하는 등 화재예방 조치도 미흡했다.

30년간 건설현장에서 일한 A씨는 "여전히 동시 다발적으로 작업이 이뤄진다"며 "다수의 희생이 있더라도 공사를 빨리 끝내 이윤을 남기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소방시설법으로 정한 임시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는 현장도 있었다. 물을 방사하는 간이소화장치의 경우 전원을 연결하지 않았거나 얼어붙어 기획조사 대상 8곳 중 6곳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필수적인 비상경보장치는 대부분 현장에 설치돼 있었으나 전원이 연결돼 있지 않아 '불능' 상태인 곳이 다수였다. 화재 발생으로 암흑 속에 있더라도 피난구 방향을 안내하는 장치인 간이피난유도선이 공정 변화에 따라 해체돼 있는 현장도 있었다.

화기 작업에 대한 전문성 없는 일용직을 화재감시자로 배치해 재난 발생 시 적절한 피난 유도와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개선되지 않은 문제로 꼽힌다.

김범진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수도권남부본부 노동안전위원은 "각 공정마다 한 사람씩 화재감시 요원을 붙이기도 하는데, (전문성 없는) 일반 노동자를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원청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제재를 보다 강화하고 불시 관리 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통계 집계에 따르면 이천 화재 다음날인 지난해 4월30일부터 최근까지 도내에서 총 159건의 공사현장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화재 발생 요인별로는 가스 누출 등에 따른 폭발이 121건, 불꽃 등 사용에 따른 기계적 요인이 19건, 기타 19건으로 집계됐다.

/손성배·신현정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