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인천시 공론화위원회가 확대 개편됐다. 각종 갈등 현안에 대한 공론화 여부를 결정하고, 정책권고안을 도출해 시정부에 제시하는 지금의 기능에다 크고 작은 갈등에 직접 대응할 수 있도록 갈등관리 업무가 덧붙여졌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다. 그리고 그저께 첫 회의를 가졌다. 지역의 대학교수들을 포함해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시의 각종 정책 수립 시 예상되는 공공갈등을 선제적으로 논의해 해소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시는 공공갈등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500명의 '숙의시민단'도 새로 만든다.
인천시의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 출범은 형식상 지난 3월 인천시의회에서 공론화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조례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시의회는 기존 공론화위원회 조례와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를 통합했다. 공론화위원회 의제로 선정되지 않았거나 정책 결정 이후 발생한 공공갈등을 다루는 게 이번 조례안 개정의 주된 취지다. 새 조례는 갈등 예방·해결 방안을 자문하는 숙의시민단을 상시 운영하면서 사안별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까지 부여했다. 숙의시민단은 제3자, 갈등조정협의회는 갈등 현안 당사자가 각각 참여하는 구조다.
의도와 목적으로는 지극히 선한 움직임이고 조치다. 시민사회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공공갈등을 예방·관리·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솔직히 물음표를 붙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조례를 통폐합하기 전에, 기구를 합치기 전에 먼저 기존 공론화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정말 냉정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이다. 지금까지 공론화위원회가 왜 제 기능을 못했는지, 그나마 유일하게 한 일도 왜 시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냐는 지적이다.
지금 인천 곳곳에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송도 9공구 화물차 주차장 건립사업, 영흥도 자체매립지 조성사업, 지하도상가 조례, 사월마을 이주대책 마련을 둘러싼 갈등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찍이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가 있었고, 공론화위원회가 존재했었다. 그런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제 와서 그걸 합친다고 해서 하지 못했던 기능을 할 수 있고, 못했던 역할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 만들어진 기구가 사실상 '자진휴업'하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사설]'인천시 공론화위' 덩치만 키우면 해결되나
입력 2021-04-27 20:30
수정 2021-04-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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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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