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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현장 산재 참사 1주기를 앞두고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건축사회관 앞에서 유가족 등 관계자들이 추모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4.26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사고 원인 '공기단축' 방지 관련법
국회에 발목… 감독기관도 '뒷짐'

지자체, 건설현장 점검 근거 없어
경기도 자체 대안도 예산편성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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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의 사망자를 낸 최악의 화재사고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참사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대책은 달라졌을까. 이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겠다며 정부가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정책들 상당수가 1년이 다 되도록 법 개정도 못한 채 '공염불'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천 한익스프레스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공기단축)'의 방지 대책을 담은 관련 법조차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고 이를 핑계 삼아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경기도, 지자체 등 감독 기관들은 안전관리에 두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4월 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숨지는 대형 인명 사고가 나자,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지난해 6월 대대적인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만 그대로 실천됐다면 지금쯤 건설현장이 당장 안전하게 변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1년이 지난 현재, 결국 '발표'에서 끝났다.

당시 용접과 우레탄폼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다 사고로 이어졌는데, 동시작업은 무리한 공기단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컸다. 그래서 정부는 공공·민간 공사현장 모두에 적정 공사기간 산정을 의무화하고 안전관리가 불량한 건설업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기 산정 의무화를 담은 '건설안전특별법'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안전관리가 불량한 건설업체 명단 공개도 지지부진하다. 불량 건설업체의 선정기준인 사고사망 만인율(1만명 당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이 오히려 노동자 수가 적은 소규모 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보완책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또 동시작업이 불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은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천 화재 이전부터 동시 작업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는 있었지만, 동시 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 장소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 이를 추가한 개정안이 현재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위험요인 중심으로 개편, 현장에서 활용되도록 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계획도 지난 3월에야 연구용역이 완료돼 현장 적용까지는 갈 길이 멀다.

또 화재가 발생하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샌드위치 패널 등 건축자재의 화재안전 기준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은 오는 12월에야 시행된다.

이 뿐만 아니다. 위험작업에 대한 현장점검과 감독 강화도 제자리걸음이다. 지자체의 관리 감독 규정, 관리 예산 지원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고용노동부에 관리 감독 권한이 있어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건설현장을 점검할 근거가 없다.

게다가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시·군과 함께 '노동안전지킴이'를 채용하고 있지만, 중앙정부 예산이 아닌 도와 지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다 보니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면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중앙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면 연속적으로 진행하겠지만, 지자체에서 자체 예산을 편성하다 보니 1년 마다 집행해 미리 사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