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인 지난해 4월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기본 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화재로 이어졌고, 비상구마저 잠겨 인명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전작업계획이 수립되지 않았고, 방호조치가 없었으며 화재감시자가 배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시소방시설이 미설치된 데다 발주자의 비상구 폐쇄 결정을 비판하면서 8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경은 이천 참사를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공사를 진행한 하청업체와 시공사, 감리, 발주자 등의 과실을 확인했다. 화재 위험이 큰 용접작업을 하면서 기본적인 안전·재해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아 천장에 발포한 우레탄폼에 불티가 튀면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건축 현장의 고질적 비리인 불법 재하도급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대형 화재 발생 요인으로 지적돼온 경질우레탄 뿜칠 작업을 하면서도 방화대책에 소홀했다.

참사 뒤 정부는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 법·제도 보완에 나서겠다고 했다. 우레탄산업협회는 작업자 교육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고 저급 자재사용을 금지하는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협회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지난 2월 이천·용인 냉동·물류창고 신축 현장 8개소를 조사한 결과 여전히 현행 법령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레탄폼 작업 이후 유증기가 남은 상태에서 용접작업을 수행하는 위험한 동시 작업 관행이 여전했다. 현장 6곳은 간이소화장치 전원이 연결되지 않았거나 심지어 얼어붙어 있었다고 한다. 화재 발생 때 피난 방향을 안내해주는 간이 피난유도선이 끊긴 현장도 있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도내에서 159건의 공사현장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공사 현장 화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남양주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용접작업 중 불이나 1명이 숨졌다. 정부는 공사장 화재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지만 비슷한 유형의 후진국형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안전불감증은 여전하고 정부는 사고 때만 요란하다. 희생자와 유족만 불쌍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