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문화유산 활용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다.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가 캠프마켓 시설물 31개동 가운데 22개동을 존치하고, 9개동을 철거하는 데 의견을 모으자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참여위원회가 존치대상으로 결정한 22개동에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무기 제조공장인 조병창의 병원 건물과 미군 연회장 시설물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부 시민은 존치 대상이 일제 잔재이거나 미군주둔 시설에 불과하므로 상당수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캠프마켓 부지는 현재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인근 주민들은 캠프마켓을 편의시설을 도입한 공원으로 조성하기를 선호하며 오랫동안 폐시설로 방치되어온 미군부대 군용시설들이 현재의 외관대로 보존될 것으로 예측하고 반대론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제 잔재를 보존해야 하느냐 철거해야 하느냐는 식의 논란은 소모적 이분법이다. 캠프마켓의 건축물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일제 잔재가 아닌데다가 일제 잔재라 해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 보존할 수도 있다. 일본육군 조병창은 일제의 강제동원 현장이면서 오순환·황장연 등이 적진 내부에서 과감한 항일운동을 펼쳤던 독립운동 현장이기도 하다. 유태인 학살의 현장인 아우슈비츠도 역사적 교훈으로 삼기 위해 보존되고 있다.

문화유산의 활용은 유산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국가적 문화유산과 지역 수준의 문화유산은 보존과 활용의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산의 유일무이성도 중요하다. 일본육군조병창에서 애스컴(ASCOM)을 거쳐 캠프마켓까지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영향평가에서도 공원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주요시설 건축물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 활용할 것을 권장하는 평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권장하는 보존 중심의 활용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할 경우 국비지원 가능성도 높다.

이번 논란은 캠프마켓의 가치 평가나 이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충분치 못했음을 반영한 것이다. 인천시는 추진 일정에 연연하지 말고 캠프마켓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첫 단추를 다시 꿰기 바란다. 가치에 따른 활용방안 기준을 설명하고 이 기준에 의거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면 주민들의 부정적 의견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