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여객 항공기를 화물기로 개조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리·정비·분해조립(MRO) 전문기업이 인천공항에 둥지를 틀었다. 이로써 연간 2조원에 달하는 국적 항공기의 해외 MRO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뿐 아니다. 국내 항공업계는 화물기 개조사업 기간 예상되는 1조원대의 매출과 낙후된 국내 MRO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일 이스라엘 국영기업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국내 MRO기업 (주)샤프테크닉스케이와 '인천공항 B777-300ER 화물기 개조시설 조성을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IAI는 비즈니스 제트기, 조기 경보기, 항공 전자, 미사일, 군사 위성, 로켓 등을 개발·생산하는 항공우주산업 분야 민·군수 복합기업이다. 최근 보잉의 B777(대형기) 항공기 화물기 개조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 생산기지를 물색했다. IAI가 중국, 인도, 멕시코 등을 뿌리치고 인천공항을 택한 이유는 세계 85개 항공사가 모여 있어 정비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최적지여서다.

항공기 운용기한은 여객기 20년, 화물기 30년이다. 20년 사용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면 10년을 더 운용할 수 있다. 대형 여객기 개조사업은 항공사 입장에서 신규 항공기를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정비사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수요가 반복되는 고수익 사업이다. 향후 인천공항에서 개조할 B777-300ER 기종은 총 822대다. 정비가 시작되는 2024년부터 2040년까지 822대의 기종을 개조하면 1조원대의 매출과 2천여 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된다. 앞으로도 개조가 예상되는 보잉 항공기는 2018년 기준 전 세계 2만5천여 대에 이르며 2038년에는 5만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아태 지역에서의 수요만 1만9천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인천공항공사와 인천시는 항공 MRO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경남 사천도 항공 MRO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고 나서면서 지역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인천이 IAI 생산기지를 유치함에 따라 우위를 점하게 됐지만, 항공 MRO산업 육성 방안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지역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지역 갈등을 풀고, 항공 MRO산업에 대한 명확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