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 100)로 지난해 4월에 비해 2.3% 올라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초과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내내 0~1%를 유지하다가 4분기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올해 초부터는 상승 폭이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농축산물 가격의 지속적인 오름세가 결정적 요인이다. 대파(270.0%), 사과(51%), 달걀(36.9%), 고춧가루(35.3%), 쌀(13.2%) 등이 크게 오르면서 먹거리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13.1%나 뛰었다. 지난해 긴 장마와 냉해, 조류인플루엔자(AI) 후유증이 아직 진행형인 것이다. 여기에 작년 코로나19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작년 1월 이후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2.3%)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서비스 가격도 작년 4월 대비 처음으로 1%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또 작년의 물가상승률이 코로나19 충격 때문에 이례적으로 낮았기에 올해 상승률이 더 크게 나타난 기저효과는 설상가상이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다시 1%대로 안정될 것이라며 낙관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달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분기 중 일시적으로 2% 내외로 커졌다가 다시 둔화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불어난 가계부채에다 경기회복 흐름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전환이 아직은 조심스럽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늘고 수요측면에서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할 경우 실질적인 인플레 압력은 불문가지이다. 국제 원자재 랠리가 심상치 않은 터에 국내적으론 작년부터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것이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재정지원과 신용지원이 어우러지면서 풍부해진 유동성 탓에 돈의 가치가 떨어져 있다는 판단이다.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식이라 서민들은 불안하다. 5일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 인상" 언급도 주목된다. 당면 현안인 경제회복과 물가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선제적이며 절제된 대응이 필요충분조건이나 시간은 문재인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어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