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1995년 개소했으며, 1천800평 부지에 생활관과 역사관, 교육관, 수련관을 갖추고 있다.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토지를 기증받고 종교·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건립 모금 운동이 전개됐다. 현재는 생존 피해자 14명 가운데 네 분이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나눔의 집에 설치된 장사시설이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노인주거복지시설 요건도 갖추지 못해 지원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에 대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고 이전 및 과태료 부과 등 행정명령을 내렸다. 시는 시설 내 추모공원에 봉안된 할머니들의 유골함을 불법 시설로 판단했다. 해당 지역은 환경부가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해 지정한 수변구역으로, 봉안시설 입지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나눔의집은 9월 말까지 아홉 분 할머니를 모신 유골함을 이전하고, 과태료 180만원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나눔의집과 유족들은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구제 활동에 나섰으나 행정당국은 여전히 예외적인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눔의집 운영 전반에 대한 안정적인 행정·재정 지원 방안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나눔의집은 1999년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로 신고돼 관련법에 따라 지자체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입소자 정원(10명)에 훨씬 못 미치는 4명 수용에 그치면서 지원기준에 미달해 지원금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특수한 시설이라는 점을 참작하고 있으나 계속 특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눔의집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에 의해 성적희생을 강요당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생활공간이다. 일제 만행을 전해줄 역사의 산증인들이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할머니들은 먼저 가신 동료들의 유해를 모신 봉안시설을 둘러보면서 죽어서도 함께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한다. 비록 실정법을 어긴 시설이나 유골함을 옮기라는 행정명령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가 적극적이고 유연한 행정으로 나눔의집 할머니들과 시설 관계자들의 근심을 덜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