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가 같았던 부자(父子)는 늘 출퇴근을 함께했다.
4월 22일 목요일. 그날도 아내(어머니)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부자는 함께 출근길에 나섰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혼자였다. 그리곤 다시는 아들과 함께 출근할 수 없게 되었다. 일터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한 아들이 숨을 거둔 것이다.
이재훈(62)씨는 평택항을 통해 수출입하는 컨테이너의 내용물을 검수하는 일을 오랜 기간 해왔다. 아들 선호(23)씨는 2019년 말 군대에서 전역한 뒤, 지난해 초부터 아버지의 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학비를 스스로 벌기 위해서였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 41분께 원청으로부터 FRC(개방형 컨테이너) 작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재훈씨 부자는 물류업체인 ㈜동방과 도급계약을 맺은 인력업체 소속으로, 하청 노동자였다.
4월 22일 목요일. 그날도 아내(어머니)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부자는 함께 출근길에 나섰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혼자였다. 그리곤 다시는 아들과 함께 출근할 수 없게 되었다. 일터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한 아들이 숨을 거둔 것이다.
이재훈(62)씨는 평택항을 통해 수출입하는 컨테이너의 내용물을 검수하는 일을 오랜 기간 해왔다. 아들 선호(23)씨는 2019년 말 군대에서 전역한 뒤, 지난해 초부터 아버지의 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학비를 스스로 벌기 위해서였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 41분께 원청으로부터 FRC(개방형 컨테이너) 작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재훈씨 부자는 물류업체인 ㈜동방과 도급계약을 맺은 인력업체 소속으로, 하청 노동자였다.
원청의 요청을 받은 선호씨는 오후 4시 5분께 FRC 안전핀을 제거하고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청소 작업을 하던 선호씨 반대편에서는 지게차를 이용해 FRC의 날개를 접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 작업을 하던 중 진동이 발생하면서 선호씨가 작업하고 있던 쪽 날개가 갑작스럽게 접혔고, 선호씨는 300kg에 달하는 철판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사인은 '두부 및 늑골 다발성 골절에 의한 뇌기종 및 혈흉', 원인은 외부 압력이었다.
7일 오전 선호씨 빈소가 마련된 평택시 안중 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재훈씨는 아들이 당한 사고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퇴근을 해야 하는데, 아들이 안 오는 거예요. 이상하다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돌아보는 와중에 죽어 있는 모습을 본 거예요. (아들이) 피를 철철 흘리고 죽어가고 있는데, (원청 직원은) 119 신고를 먼저 한게 아니라 윗선에 보고부터 하고 앉았어요.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살리고 봐야 할 거 아닙니까. (아들이랑) 같이 작업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허리를 다쳤는데, 300kg 철판을 들어보려고 하다가 다쳤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사람 아닙니까."
그는 현장에서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가 있어야 했지만, 당시 현장에는 안전을 챙길 관리자들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평택항은 국가기간시설이고요. 이곳 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은 해양수산부에 있습니다. 정말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납니까. 기막힌 이야기 입니다. 대한민국을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고, 그 허술한 안전관리 속에서 적정 인원이 배치되지도 않았어요. (안전관리자)딱 한 사람만 있었어도 이런 사고는 안 났을 거예요."
재훈씨는 22일 이후 사고 현장에 2번 방문했다고 한다. 한 번은 아들의 유품을 챙기러, 또 한 번은 '정말 가고 싶어서'였다. 그는 사고 현장에 두 번째 방문했을 때, 항상 아들과 점심을 함께 먹던 구내식당을 찾았다고 한다.
"아들은 항상 휴대폰을 보면서 밥을 먹었거든요. 식당 주인이 아들 착하다고 매번 음료수를 챙겨줬어요. 밥을 다 먹은 뒤에 아들이 항상 그걸 마셨는데, 그 기억이 안 떠나는 거예요. 식당 냉장고에서 그 음료수 꺼내놓고 꿇어 앉아서 '절대로 아버지 용서하지 말고 가라' 그랬어요."
재훈씨는 휴대전화에 아들의 연락처를 '삶의 희망'이라고 저장해 뒀다. 이 부자는 둘도 없는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낸 사이였다. 선호씨는 평소 형제들도 살뜰히 챙기는 아들이었다고 한다. 지적장애 2급인 9살 차이나는 큰 누나가 유방암에 걸려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곁을 지킨 그런 아들이었다.
"선호가 군대 훈련소에서 애국가 4절까지 부를 수 있는 사람 있느냐는 물음에 혼자 손을 들었대요. 그게 왜 그러냐면 아들과 저는 목욕탕에 자주 다녔어요. 그러면 사우나에 들어가서 애국가를 4절까지 같이 부르고 나왔거든요. 다 커서도 항상 목욕탕에 가서 장난치고 등 밀어주고 그랬어요."
"퇴근을 해야 하는데, 아들이 안 오는 거예요. 이상하다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돌아보는 와중에 죽어 있는 모습을 본 거예요. (아들이) 피를 철철 흘리고 죽어가고 있는데, (원청 직원은) 119 신고를 먼저 한게 아니라 윗선에 보고부터 하고 앉았어요.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살리고 봐야 할 거 아닙니까. (아들이랑) 같이 작업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허리를 다쳤는데, 300kg 철판을 들어보려고 하다가 다쳤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사람 아닙니까."
그는 현장에서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가 있어야 했지만, 당시 현장에는 안전을 챙길 관리자들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평택항은 국가기간시설이고요. 이곳 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은 해양수산부에 있습니다. 정말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납니까. 기막힌 이야기 입니다. 대한민국을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고, 그 허술한 안전관리 속에서 적정 인원이 배치되지도 않았어요. (안전관리자)딱 한 사람만 있었어도 이런 사고는 안 났을 거예요."
재훈씨는 22일 이후 사고 현장에 2번 방문했다고 한다. 한 번은 아들의 유품을 챙기러, 또 한 번은 '정말 가고 싶어서'였다. 그는 사고 현장에 두 번째 방문했을 때, 항상 아들과 점심을 함께 먹던 구내식당을 찾았다고 한다.
"아들은 항상 휴대폰을 보면서 밥을 먹었거든요. 식당 주인이 아들 착하다고 매번 음료수를 챙겨줬어요. 밥을 다 먹은 뒤에 아들이 항상 그걸 마셨는데, 그 기억이 안 떠나는 거예요. 식당 냉장고에서 그 음료수 꺼내놓고 꿇어 앉아서 '절대로 아버지 용서하지 말고 가라' 그랬어요."
재훈씨는 휴대전화에 아들의 연락처를 '삶의 희망'이라고 저장해 뒀다. 이 부자는 둘도 없는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낸 사이였다. 선호씨는 평소 형제들도 살뜰히 챙기는 아들이었다고 한다. 지적장애 2급인 9살 차이나는 큰 누나가 유방암에 걸려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곁을 지킨 그런 아들이었다.
"선호가 군대 훈련소에서 애국가 4절까지 부를 수 있는 사람 있느냐는 물음에 혼자 손을 들었대요. 그게 왜 그러냐면 아들과 저는 목욕탕에 자주 다녔어요. 그러면 사우나에 들어가서 애국가를 4절까지 같이 부르고 나왔거든요. 다 커서도 항상 목욕탕에 가서 장난치고 등 밀어주고 그랬어요."
재훈씨 가족은 아들이 세상을 떠난지 16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아들의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들의 제대로 된 사과와 철저한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저는 '삶의 희망'을 빼앗긴 게 아니라, 강탈 당했어요. 제 아이가 왜, 어떻게 죽었는지 밝혀내야 할 거 아니에요. 이 사건은 대한민국이 알아야 하고, 자식 키우는 부모들이 모두 알아야 합니다.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집니까. 저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이에 대해 동방 관계자는 "119 신고 시점 등 유가족들의 주장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도 "안전관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형식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삶의 희망'을 빼앗긴 게 아니라, 강탈 당했어요. 제 아이가 왜, 어떻게 죽었는지 밝혀내야 할 거 아니에요. 이 사건은 대한민국이 알아야 하고, 자식 키우는 부모들이 모두 알아야 합니다.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집니까. 저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이에 대해 동방 관계자는 "119 신고 시점 등 유가족들의 주장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도 "안전관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형식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2020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모두 882명이다. '제2의 김용균'을 막고자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률까지 만들어졌지만,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은 멈추지 않고 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