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참패 후 민심을 수용하느냐의 시금석은 인사청문 대상이 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 여부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들에게 많은 흠결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들 후보자에 대해 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았다.

임 후보자는 아파트 다운 계약, 위장전입,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박 후보자는 부인의 관세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소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도자기 등을 판매한 의혹 등이 논란이다. 노 후보자 역시 세종시에 특별공급 받은 아파트를 실제로 거주하지 않고 시세차익만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부동산 투기를 잡고 가격을 안정시킬 주무부서의 장으로서 적합한 인사라고 볼 수 없다. 정의당조차도 세 후보를 데스노트에 올린 상태다.

인사청문회가 업무 능력이나 자질보다 지나치게 도덕성 검증과 개인 신상 비리를 캐낸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자격으로서 준법정신과 사회규범에 맞는 생활을 해 왔느냐의 도덕성 측면은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본적인 검증 대상마저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고위공직자로서의 7대 항목을 임명 불가 사유로 꼽고 있다.

문 정부 들어 이미 29명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거나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됐다. 장관 후보자의 낙마가 정권의 레임덕을 가져온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오히려 국민 일반의 정서에 부합하고 야당과 합의할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함으로써 장관이 수행할 정책의 정당성을 담보한다면 국정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정부 들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이 29명에 달하고 이는 역대 최대 숫자다. 야당과의 협치에 등 돌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내로남불 정권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이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는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걸 봐도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볼 근거도 희박하다. 세 후보자에 대해 내정 철회나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것이 민심에 부합하고 국정동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국민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을 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정의와 공정에도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