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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진 경제부 기자
25살부터 30살까지 무려 6년간 취업준비를 했다. 3년은 학교 고시반에서, 2년은 집 앞 도서관에서, 1년은 공유 오피스에서 오로지 언론사 공부만 했다. 불안감에 밤새 뒤척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도서관에 가면 마땅히 읽을거리가 없었다. 주요 일간지는 성실한 취업준비생들 차지였고 다른 월간지도 어르신들이 이미 읽고 있었다. 남겨진 건 지역에서 창간된 한 인문계간지뿐이었다.

300쪽짜리 계간지를 1쪽부터 마지막 쪽까지 필사하며 읽다 보면 '이런 잡지를 대체 누가 읽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독자도 없는 잡지인데 열심히 읽는다고 취업이 될까'하는 회의도 찾아온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졌다. 이런 날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TV에서만 보던, 그야말로 남 얘기일 줄만 알았던 청년실업 문제가 삶과 자존감을 뒤흔들 때, 나는 비로소 절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지난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넣은 언론사 시험에서 운 좋게 합격했다. 취업준비생 시절 힘겹게 읽은 그 지역 계간지의 한 문장에서 힌트를 얻어 4월 기획기사를 구상했다. 주제는 번아웃과 구직 포기자(니트·NEET)다. 장기간의 무직 경험은 오히려 취재의 무기가 됐다. 청년 무직자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섭외가 비교적 수월했다. 인터뷰 과정은 예전의 나를 보는 듯해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불안과 절망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IMF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에서도 청년들은 씩씩하게 하루를 버티고 있다. 지면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고양이 집사부터 K팝 프로슈머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이토록 젊고 발랄한 청년 무직자들에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놀고 먹는 백수'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한때 니트였던 사람으로서 이젠 좀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당장 취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도 지치지 말고 조금만 버텨보자고, 청년을 조건 없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제도가 절실하다.

/이여진 경제부 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