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술집 영업 제한 피해 몰려
곳곳 음주 목격 '턱스크' 대화 일쑤
인력·예산 부족 단속 사실상 포기
5인금지외 처벌조항없어 솜방망이
코로나19로 경기도 내 도심 속 공원이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밤 10시 이후 음식점, 술집 등에 영업시간 제한조치를 가하자 규제를 피해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인근 공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를 단속해야 할 지자체는 인력, 예산 부족으로 야간 단속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월 한 달째 400~700명대까지 오르내리는 가운데 도심 공원은 무방비 상태다.
경인일보 취재진이 지난주 한 주간 밤 10시 이후 수원시 내 공원을 살폈더니, 삼삼오오 모여앉아 음주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이 자주 목격됐다.
지난 11일 밤 10시 권선공원에는 '마스크가 답이다'라는 현수막 바로 옆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행이 있었다.
3명 모두 마스크는 내린 채였다. 인근의 효원공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일 밤이었지만 30~40명의 시민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술을 마셨다. 잔디밭에서 술을 먹던 남성은 만취해 눕기도 했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일행에게 부축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잔디밭 맞은편 작은 정자에는 8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정자 앞쪽에서 4명, 뒤쪽에서 4명이 마스크를 내린 채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 권선중앙공원을 청소하는 A(60대)씨에게 아침 상황을 묻자 "아침에 청소하다 보면 소주병, 맥주 캔과 컵라면 같은 안주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밤 10시 이후에는 공원에서 음주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정확하게는 못하고 있다는 게 맞다. 효원공원이 있는 수원 팔달구는 공원단속원 4명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원 42개를 관리한다.
팔달구 관계자는 "확실히 코로나 이후로 공원에서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며 "하지만 밤 10시 이후까지는 (인력, 예산 문제로) 공원단속원이 관리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더구나 효원, 권선공원을 비롯해 수원 관내 12개 공원은 수원시가 2007~2009년 사이에 지정한 청정공원이다. 그러나 시민 대다수가 이를 알지 못한다.
타 지역도 마찬가지다. 성남시는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공원을 단속한다. 성남시 관계자는 "야간은 실질적으로 관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안산시는 아예 공원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단속을 강화한다 해도 처벌할 조항이 없는 것도 문제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공원에서의 취식이나 음주는 금지 조항이 아닐뿐더러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에만 해당될 뿐 방역조치에서도 야간의 공원 음주는 제외돼 있다.
공원 인근 파출소 관계자는 "술 마시고 고성방가한다는 신고가 종종 들어온다"면서도 "강제로 마시지 말라고 할 근거가 없어 집합금지 인원이 넘지 않으면 계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