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당청 갈등 프레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간에 하는 선거는 정부와 청와대가 하지만 대선을 앞둔 시기에는 정책 주도성을 당이 가져가는 것이 지당하다"고 언급한 뒤 한 말이다. 송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앞으로 모든 정책에 당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과 정부, 청와대 즉 당·정·청은 집권세력으로서 정책을 조율하고 협력함으로써 국정을 주도해 나간다. 그러나 권력 운영의 축으로서 당청 관계는 새로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 비단 이번 정부뿐만이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여당이 청와대의 부속기관으로 전락함으로써 청와대에 민심을 제대도 전달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논리에 갇히곤 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주요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또한 집권당은 임기 초중반이나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청와대를 의식하지만 레임덕으로 지지율이 떨어질 때는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거나 의식적으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그동안의 정치문법이다.

두 경우 모두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당과 청와대, 정부는 서로 협력하고 조율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기해야 하지만 집권 측 내부에서 적절한 균형과 견제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청와대가 지배적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여당과 정부 부처는 이견을 달지 못하고 무조건 순응한다면 민심과 괴리 현상은 물론 권력이 독선과 오만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박근혜 정권 때도 청와대의 만기친람이 비판의 대상이 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친문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핵심들이 당과 청와대를 장악하는 행태가 반복되어 왔다.

당청 관계의 재정립은 정권의 성격이나 성향과 무관하게 정당이 자율성을 확립하고 권력 내부의 건강한 긴장과 견제가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 하에서 가능하다. 집권당은 권력의 한 축으로서의 기능과 입법부를 구성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이중적 위상을 지닌다. 그러나 후자가 거의 무시됨으로써 권력 운영에서 순기능보다 역기능적 측면이 두드러졌던 것이 사실이다. 당과 청와대의 견제와 균형을 당청 갈등 프레임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측면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임기 후반에 복잡한 민생 현안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당청 관계의 재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