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9개 건설업종을 14개 대업종으로 묶고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폐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했다. 이른바 '대업종화 정책'으로 통폐합하면 전문건설업체들이 종합건설업으로 진출할 기회가 열리게 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종합·전문건설이 시설물유지관리업에 진출하고, 마찬가지로 유지관리업체들은 건설업종에 뛰어들 수 있다. 시대변화에 따라 업종 간 경계와 벽을 허물어 산업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한다. 당시 시설물관리업체와 전문 건설업체들이 당장 경쟁력이 높은 종합건설업체들에 시장을 잠식당할 것이라 반발했으나 정부는 입법예고 뒤 시행에 들어갔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등 전문 건설인들이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에서 정부의 대업종화 정책을 비판하는 집회를 했다. 참가자들은 올해부터 종합건설업체들의 전문공사 참여가 허용되면서 지역 전문 건설인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합업체가 무차별 입찰에 나서면서 소액 전문공사에 천 개 넘는 업체가 몰리고, 발주공사의 30% 이상을 종합업체가 가져가는 실정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3개월 동안 390억원, 연말까지 1천500억원의 수주 피해가 예상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대업종 통폐합을 통해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칸막이를 허물게 됐다고 밝혔다. 전문건설업의 종합건설업 진출이 쉬워졌다고 하지만 현장 반응은 정반대 양상이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경쟁력에서 밀리는 지역 업체들을 고사시키는 악법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마당에 소규모 공사까지 종합건설업체들이 쓸어가면서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다는 주장이다. 법 개정이 업종통폐합을 집요하게 요구해온 종합건설업체들의 민원을 수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법 개정에 따라 설 자리를 잃게 된 시설물유지관리업체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현실적으로 종합·전문건설업종 진출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부는 법 개정으로 중소업체들의 활로가 뚫리게 됐다고 했으나 현장에선 '못 살겠다, 다 죽게 생겼다'고 아우성이다. 종합업종과 대기업만 혜택을 받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개정안을 철회하라는 업계 종사자들의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취지와 명분에만 매달리지 말고 시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기 바란다.